최근 국내에서 운행되는 국산차나 수입차는 대부분 차량의 가격이나 성능 등에 비교해 과도한 사양이 포함되어 있다. 경차의 경우에도 에어컨, 파워 스티어링, 에어백 등 각종 편의장치나 안전장치 등이 즐비하다. 물론 안전장치는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으나 다른 장치의 탑재로 인해 차량의 가격이 고가로 책정되어 어느 경우에는 배보다 배꼽이 훨씬 더 큰 경우도 발생한다. 경차 이용이 가장 활성화된 유럽 등의 경우 극히 필요한 라디오 등을 제외하면 특별한 장치가 없어 구입 시 부담을 줄여주어 실질적인 ‘輕車’의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의 ‘敬車’와는 많이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일반차량도 마찬가지다. 물론 각 나라마다 문화적인 차이로 인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유독 우리나라의 경우 필요 없는 사양이 너무 많은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일반적으로 차량의 선택 사양에는 운전자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차량의 운행에 따라 자동적으로 적용되는 사양이 있고 운전자가 편의 조작을 위해 직접 운영되는 사양이 있다. 차량의 안전 등을 위해 자동적으로 적용되는 에어백, ABS, ESP 등은 필용에 따라 선택할 수도 있으나 운행기간 동안 별로 사용치 않는 사양의 선택에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양에 대한 낭비 요소는 우리의 가전제품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전자렌지의 경우 대부분 ‘데우기’, ‘해동’등을 많이 사용하고 아기가 있으면 ‘우유 데우기’ 정도가 추가된다. 나머지 기능은 거의 사용치 않는다. 그렇다면 필요 없는 기능을 뺀 단순한 전자렌지의 가격은 50%도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러한 사례는 우리 주변에서 너무나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자동차도 대표적인 사례에 속한다. 군더더기 없는 차량을 선택한다면 충분히 30% 이상의 가격을 낮출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이러한 경향의 하나가 앞으로 몰아닥칠 ‘저가차’일 것이다. 인도, 중국, 남아메리카, 동유럽 등 비용이 낮은 지역에서 가격이 낮은 현지 부품을 이용해 차량을 만들고 완성된 차량을 현지나 본국으로 가져와 판매하는 차량이다. 물론 본국에서 차량 설계나 안전도 등을 확인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 차량에는 극히 필요한 사양만이 탑재되어 있어 200만 원에서 600만 원까지의 낮은 가격으로 판매될 예정이다. 국내에서도 현대자동차 등이 빠르면 2009년부터 판매할 예정으로 있어 머지않아 우리 생활에서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 확신한다.

 최근 위력을 떨치고 있는 수입차의 위상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FTA의 영향으로 더욱 수입차의 관심과 판매는 커질 것으로 보이지만 문제는 가격이다. 특히 국내의 경우 수입차의 선택 사양이 많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수입차의 국내 판매 가격은 외국에 비해 월등이 높다는 사실은 많은 매스컴을 통해 알려져 있지만 높은 선택 사양이 이 가격 형성에 한 몫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차량 한 대에는 수십 가지의 사양이 탑재되어 있으나 운전자가 사용하는 장치는 50%에도 못 미친다는 얘기도 있다. 같은 고가의 수입차량의 경우 외국에서는 사양이 거의 없는 차량을 많이 볼 수 있으며, 가격대가 우리의 50%에도 못 미치는 경우도 볼 수 있다. 장치는 사용하지 않으면 고장의 원인이 되는 것은 기본이고 장치가 많을수록 고장빈도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필요 없는 장치를 선택사양에서 제거한다면 차량 유지에도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구입 시 가격 자체도 낮아진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자동차메이커에서도 수익을 높이기 위해 괜히 용도가 떨어지는 사양을 의무적으로 끼우기보다는 안전을 위한 최저한의 사양만을 포함시켜 선택의 폭을 넓게 하는 의지가 필요하다. 우리의 자동차 문화도 형식적인 면보다는 실용적인 면을 추구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자동차를 중심으로 우리 주변의 필요 없는 낭비요소는 없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몸에 익히는 습관이 중요한 시점이다. 절약 정신은 습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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