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이후 금융권의 화두로 등장한 `재테크'는 재무 테크놀로지(financial technology)의 줄임말로 20여 년 전 미국을 비롯한 금융선진국에서 만들어진 개념이다. 더욱 높은 수익률을 추구해 자산을 증식시키는 기술적 기교를 일컫는데 글자 그대로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따라서 개인의 라이프사이클과 우선적 재무목표에 따른 고려가 동반되지 않았고 체계적인 자산의 관리와 운용을 기대할 수 없었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미국이나 서유럽권을 비롯한 금융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재테크라는 개념을 폐기하고 재무설계(Financial Planning)를 통해 종합적으로 개인의 자산을 관리하고 있다.

 그렇다면 재테크와 재무설계는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
 예를 들어, 2년 후 결혼을 앞두고 있는 미혼 남성이 있다. 평소 모험을 좋아하는 이 남성은 연환산 20% 이상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해외 이머징마켓펀드에 자신의 저축가능금액인 150만 원을 몽땅 투자하려고 한다. 이때 재테크의 관점으로 높은 수익률을 추구할 수 있으니 옳은 결정이라고 등을 토닥여야 할까? 만약 결혼을 앞둔 시점에 가입한 펀드의 자산손실이 막대해 결혼을 미룰 수 있다면 아무런 상관이 없다. high risk, high return(고위험, 고수익). 연환산 20% 이상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은 반대로 20% 이상의 손실을 감수하겠다는 의미와 같기 때문이다.

 반대로 보수적인 40대 가장이 20년 후의 은퇴자금 마련을 위해 금융상품을 고르다가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투자형 상품이 부담스러워 예금자보호가 되는 연 5%의 적금에 가입하려고 한다. 이 40대 가장은 자산의 안정성을 담보 받았으니 옳은 결정을 한 것일까? 5천만 원의 예금자보호와 5%의 적금금리(수익률 약 2.3%)를 얻는 대신 20년이라는 시간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와 엄청난 복리의 마술을 포기하는 것이 아깝지 않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말이다.

 개인마다 각기 다른 삶의 모습에 따라 적절한 금융상품을 선택하고, 실천하고, 점검하는 과정을 통해 자산을 효과적으로 늘려가는 재무설계의 관점을 이해한다면 무분별한 재테크의 개념을 과감히 탈피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신에게 손해를 끼치는 금융상품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지 않는 금융상품을 선택했기 때문에 손해를 입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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