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 토마스 모어는 「유토피아」라는 소설에서 농·산촌을 ‘축복받은 땅(유토피아)’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유토피아라는 말을 처음으로 사용한 토마스 모어는 「국가 중 가장 좋은 국가와 유토피아라는 새로운 섬에 관하여」라는 책을 1516년에 출간했는데, 이 책의 서시(序詩)에서 “유토피아는 지리적 역사적으로 존재하지 않지만, 그곳은 좋은 곳”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유토피아는 실현될 수 있는 것

 이처럼 유토피아는 본래부터 '없는 곳' 과 '좋은 곳' 이라는 이중의 의미를 지닌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유토피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지금 여기에 없다'는 것이지 그것이 결코 실현될 수 없다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농·산촌에서 2년을 지낸 사람은 농·산촌에서 더 이상 살 수 없고, 의무적으로 도시로 들어가 살아야 한다. 이들이 떠난 농·산촌에는 도시에서 2년 동안 살았던 사람이 와서 메우게 된다. 이때 농민과 도시민을 한꺼번에 교체하면 식량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으므로 일부씩 순차적으로 교대하도록 한다.

 이것은 누구나 오래 있고 싶어 하는 농·산촌 생활을 특정인들의 전유물이 되지 않게 하려는 것인데, 계속 농업에 종사하고 싶은 사람은 특별허가를 얻어야 몇 년간 더 살 수 있다. 이 소설에서는 도시에 사는 것은 의무이고, 농·산촌에 사는 것은 도시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하나의 특권인 셈이다.

 오늘날 이런 특권을 누릴 수 있는 있는 곳이 있다. 이름 하여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연수리 마을의 ‘그린토피아’이다. 육칠월의 그린토피아는 온통 초록 물감을 엎질러 놓은 듯 어떻게 손을 써볼 엄두가 나지 않을 만큼 푸른 숲으로 가득하다. 8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인 이 마을은 23농가가 농촌체험에 참여하는 작은 마을이다. 그 옛날 용이 살았다는 용늪이 곡용진 마을의 시야를 흠뻑 차지한 그곳에 정경섭 그린토피아 대표의 농장과 펜션이 자리하고 있다.

 그린토피아(Greentopia)는 본래 일본에서 시작된 것인데 쉽게 얘기하면 농촌을 진흥시킬 목적으로 추진된 프로젝트를 말한다. 전 세계적으로 기술이 진보하고 도시가 발달 될수록 농촌은 점점 도시와의 격차가 매우 커진다. 또한 인건비의 상승으로 생산 경쟁력 또한 낮아진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프로젝트이다.

 한편 이곳 양수리의 그린토피아(Greentopia)는 정 대표가 10년전 제 2의 고향으로 정착한 이래 연 1만5천 명이 넘는 도시민들이 찾는 유명마을로 탈바꿈됐다. 5천 평의 배과수원을 시작으로, 앵두, 복숭아 등도 병행했다. 또 시간만 나면 각종 농촌체험 관련 강의를 찾아다니며 듣고 배웠다. 그리고 홈페이지를 구축했다. 마을을 찾는 체험 관광객을 위해 주민들은 식사를 준비했고 인심은 보너스로 선물했다. 체험객은 날로 증가하기 시작했고 주민과 마을 부녀회는 이들을 맞는 역할을 분담했다.

                  그린토피아 실현한 양평 곡용진마을

 그 결과 2002년 농림부로부터 녹색농촌체험마을 및 농협의 팜스테이 마을로 지정됐고, 군 지정 생태건강마을(2003년), 친환경농업선도마을(2003년), 반딧불이 마을(2003년), 농림부의 디지털사랑방 선정마을(2004년) 등의 결과로 나타났다.

 또 쉴거리(숙박)가 농산물 판매와 연계되면서 이 마을의 또 다른 소득원으로 자리잡게 되자, 인근 10여 가구의 주민들은 사랑채와 별채, 마굿간을 부수고 민박이 가능한 집으로 탈바꿈했고 현재는 농촌체험, 농촌관광, 도농교류, 전원생활, 귀농, 민박, 펜션, 팜스테이, 주말농장, 주말과수원, 주말목장, 생태학습장, 체험학교, 관광농원, 식물원, 수목원, 생태공원, 휴양림, 1사1촌, 1교1촌, 등등의 다양한 형태의 작은 정보가 홀씨 되어 그린토피아의 결실을 맺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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