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의 `져주기' 논란으로 배구계가 뒤숭숭하다.

23일 열린 슈퍼리그 여자부 2차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현대건설이 도로공사에 0-3으로 맥없이 무릎을 꿇자 "현대가 껄끄러운 KT&G를 피하려고 장난을 쳤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

올해 만년 꼴찌를 벗어난 도로공사가 국가대표팀과 다름없는 현대건설을 이기지 못한다는 법은 없지만 이날 경기는 "해도 너무 했다"는 비판 일색이다.

현대건설이 지금까지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는 도공에 단 한 세트도 따지 못한것은 "당일 컨디션 난조"에 따른 `이변'이라고 치더라도 경기 내용상 상식적으로도 납득이 가지 않는 구석이 많다.

현대가 낸 범실 수 18-2, 블로킹 수 5-8이란 기록부터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 어렵고 특히 장소연의 이동공격이 주 공격루트인 데도 현대 세터 강혜미의 볼배급이 구민정과 한유미의 왼쪽에 쏠린 것과 이마저도 성공률이 20%로 평소의 절반 이상 낮은 것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다.

현장에서 "착잡한 심정으로 경기를 봤다"는 대한배구협회 관계자는 "선수교체 타이밍과 세터의 움직임, 주포의 타법을 보면 져주기 여부를 잡아낼 수 있다"며 "그러나 분위기를 쉽게 타는 배구의 특성상 선수들이 감독의 얼굴만 보고 `알아서 기는'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번 논란과 관련, 유화석 현대 감독은 경기 직후 "승부의 세계는 냉혹한 법"이라는 아리송한 말만 던져놓았다.

김형실 KT&G 감독은 "경기 전날 밤부터 `이미 끝났다'는 괴소문이 돌았다"면서 "여자배구 때문에 코트에 온다는 팬들이 많은데 이런 식이라면 모두 다 죽자는 얘기밖에 안 된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현재 배구협회 홈페이지(www.kva.or.kr) 게시판 역시 현대건설을 비난하는 글로 `도배'될 정도로 배구계 여론 또한 심상치 않다.

"삼류영화에서 볼 수 있는 어설픈 연기력으로 팬들을 속였다"(최성식), "84년 삼성이 롯데에 져준 게임이 생각난다"(한상훈), "여자부가 현대의 추태로 인기가 다시 하락했다"(김성호.이상 ID명)는 등 팬들의 분노 어린 질책이 물결을 이루고 있다.

협회는 "요즘 코트에 팬들의 발길이 부쩍 잦아진 상태"라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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