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당신의 은퇴견적이 얼마냐고 묻는 증권사의 광고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사람들이 빌딩 숲속을 걷고 있는데 저마다 머리 위에 은퇴 시 필요한 금액이 떠 있는 내용으로 기억된다. 신문이나 잡지에서도 은퇴 시 4억 원이 필요하다느니 10억 원이 필요하다느니 하면서 사람들의 불안감을 조장했었는데 사실 은퇴견적, 정확히 말하면 은퇴준비자금은 개인의 생활수준, 자산규모, 저축가능금액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40대 과장급의 은퇴견적은 7억 원이다'라고 확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40대 화이트칼라 직장인이라고 해도 자녀를 한 명 둔 사람과 여러 명을 둔 사람, 딸만 있는 사람과 아들만 있는 사람, 강남에 아파트를 가지고 있는 사람과 수도권에 단독주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 상황에 따라 기대하는 바가 다르고 만족의 척도도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개인의 상황에 따른 유형을 모두 고려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러한 비재무적 요소와 기초자산을 배제하고 순수 생활비 위주로 필요자금을 산출해 보면 우선 은퇴 후 만족스러운 생활을 즐길 수 있을 만큼의 예상생활비와 은퇴시기, 기대수명을 고민해야 한다.

 35세의 직장인 A씨는 60세에 은퇴해 85세까지 생존할 것으로 기대하고 현재가치로 월 200만 원의 생활비를 필요로 할 때, 3%의 물가상승률과 5%의 은퇴 후 금융수익률을 가정한다면 은퇴시점인 60세까지 준비해야 할 은퇴자금은 10억 원이다. 바꾸어 말하면 A씨가 10억 원을 준비하면 60세부터 85세까지 현재가치로 200만 원의 생활비를 매월 수령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45세의 자영업자 B씨가 65세에 은퇴해 80세까지 생존할 것으로 기대하고 현재가치로 월 150만 원의 생활비를 필요로 한다면 은퇴시점인 65세까지 준비해야 하는 자금은 4억2천만 원 정도이다.

 국민연금이나 기타 개인연금을 수렴해 산출한다면 약간 다른 결과가 나오겠지만 은퇴자금은 자신의 각종 재무적, 비재무적 정보를 종합해 자신에게 적정한 생활비를 고려한 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산출해 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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