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 미술관과 창작물 보존 등을 위한 국제적 공동 네트워크 구축>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 백남준. 그는 금세기 최고의 실험적인 작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그가 타계한 지도 벌써 1년반이 지났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뇌리 속엔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예술가'로 기억되고 있다.

 경기도가 고 백남준의 위대한 예술정신을 기리기 위해 건립한 `백남준미술관'이 내년 2월 완공을 앞두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일 경기문화재단에선 `창작물 보존 등을 위한 국제적 공동 네트워크 구축'이라는 주제로 실무자 워크숍 및 국제학술심포지엄이 열렸다.

 이날 열린 워크숍에선 백남준의 창작세계에 대한 위치의 재조명과 실험적인 창작의 추세 등을 확인하고, 백남준의 작품을 포함하는 과학기술 기반의 창작물들에 대한 보존 방안 및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논의를 통해 실험적인 창작물의 보존 등을 위한 공동 네트워크 구축 가능성 등에 대해 토론했다.

  ◇백남준 작품 및 전시의 특징
  백남준의 작품은 크게 195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플럭서스 시기와 비디오 작품 시기, 레이저 작품 시기로 구분된다. 백남준은 50여 년이란 오랜 기간 동안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제작했다. 플럭서스 관련 오브제 및 자료(Archives), 기록사진, 악보, 포스터, 사진작품, 필름, 최 오디오 테이프 및 비디오 테이프, 비디오 조각, 회화, 환경조형물 등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또한 백남준은 한국 작가로서는 드물게 세계 각지의 소장가들이 그의 작품을 많이 소장하고 있어 인지도가 넓은 편이다. 이러한 국제적인 명성을 바탕으로 향후 국제전(또는 국제순회전)을 도모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작품에 많은 장비와 부속품이 소요된다는 지적이 있다. TV, DVD, LDP, 스테레오 시스템, LCD 프로젝터, 레이저 등과 같은 많은 영상 및 음향 장비들이 소요된다.

 또 입체작품이 많기 때문에 이들을 받칠 수 있는 침대(또는 좌대)도 많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전자 초고속도로'(1995) 작품의 경우 313대의 모니터가 47개의 채널로 재현된다. 이외에도 다른 일반 전시에 비해 설치기간이 길고, 포장비 및 운송비가 많이 소요된다는 단점이 있다.

 백남준 전시는 관람시간도 빠른 편이다. 관람객의 수준, 관심도 등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관람객들은 전통적인 평면작품 또는 조각작품에 익숙한 반면 비디오 아트에 담긴 콘텐츠로서의 동영상 화면을 자세히 보지 않고 단지 백남준의 명성과 작품의 외형만 보고 지나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참여TV'와 같은 개념으로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이 필요하며, 각각의 시리즈 작품에 등장하는 특징적인 요소만 좀 더 부각시켜 설명하면 쉽게 이해할 것이다.

 특히 관람객이 단지 백남준의 명성, 작품의 외형만 관심 있게 보는 것이 아니라, 작품을 편안히 감상할 수 있도록 전시장 내에 또는 작품 앞에 의자나 벤치를 놓아두는 것이 좋고, 영상작품의 경우 별도의 비디오 룸을 마련해 감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전시기간 중의 관리
  각 작품별 작동 및 운영 매뉴얼을 작성해야 하며 매일 전시장 개문 및 폐문 시 모니터의 ON/체크/OFF를 매일 실행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 전시에 비해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TV Garden'의 경우 각종 꽃, 식물들이 광합성작용을 일부라도 할 수 있도록 밤에 조명을 환하게 켜 줘야 전시기간을 견딜 수 있고, 정기적으로 수분을 공급해 줘야 한다. 또한, 각 크기별로 TV모니터를 여유 있게 준비해야 한다.

 `TV Fish'의 경우 어항을 놓을 수 있는 높은 대좌를 설치한 후, 어항은 파손 방지를 위해 안전 필름으로 시공해야 하며, 물고기들의 상태를 아침마다 확인해야 한다.

 천왕성, 해왕성, 수성, 태양, 목성, 비너스, Mars, Uranus 등의 스타 시리즈 작품은 설치가 완료된 후 전시기간 중 보통 12~36개의 모니터와 네온에 이상이 발생한 경우 작품을 다시 들어내야 하므로 매우 번거롭고 힘든 작업이 될 수 있다.

 또한 `Candle Projection'은 양초를 매일 교체해야 하며, 촛불이 꺼지지 않도록 수시로 체크해야 하고, `32대와 자동차'와 같이 야외에 설치된 작품은 은색 페인트가 서서히 벗겨지므로 정기적으로 페인트 작업을 해야 한다.

  ◇향후과제
  백남준 작품은 설치도면(또는 설치방법서)이 미비한 상태다. 이로 인해 전시 때마다 동일 작품이 조금씩 배치형식이나 디스플레이가 다르다. `Beuys Car'은 설치방법서가 없어서 전시 때마다 재현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또한, 중요한 콘텐츠가 수록된 CD, DVD 등은 백남준 작품과 별도로 분리해 보관, 관리해야 한다.

 다양한 인물들을 형상화한 `TV 로봇 시리즈'는 80년대 중반에 제작된 것들이 많아서 점점 노후화돼 가고 있으며, 스타 시리즈 작품은 보통 1990~1991년도에 제작된 것들이 많아 역시 모니터들이 오래된 것이 많다. 이처럼 오래된 모니터 등은 백남준 저작권자와의 합의를 거쳐 새로운 매체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TV모니터를 TFT-LCD 등으로 변경하는 경우, 우선적으로 한국기업의 제품을 사용토록 권장할 필요가 있다.

 향후 50년 이상 된 백남준의 자료 및 작품은 `근대동산 문화재'로 문화재청에 지정신청을 할 필요가 있다. 또한, 백남준 작품의 영속성, 재생의 방법론에 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뤄져 구체적으로 실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백남준의 작품을 하나의 중심 센터에서 백남준 작품에 대한 기술적인 정보 제공, 필요 오브제 및 기자재, 부속품의 지원, 보수·복원 등이 이뤄져야 한다. 관리지침, 설치 매뉴얼 등을 소장가에게 제공, 조언해 주는 등 소장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여기에 백남준을 계승·발전시킬 만한 새로운 아티스트를 개발·육성해야 한다.

 이밖에 각종 포스터, 초청장, 브로슈어, 그간 여러 미술관, 갤러리와 작업하며 나눴던 각종 서신자료, 사진자료의 조사와 구성된 기자재, 부품에 대한 세세한 조사와 기록도 필요하며, 백남준이 남긴 한글, 한문의 글씨는 따로 집자할 필요성이 있다.

 그러므로 궁극적으로는 향후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전체의 작품을 면밀히 조사해 백남준 전각도록(Catalogue Raisonne)을 제작해야 한다.

 작품의 진실성 문제도 시급하다. 백남준 작품은 작가 본인의 서명(사인)이 드문 편이며, 브라운관 TV 및 구조체의 노후 및 새로운 매체의 등장으로 점차 조금씩 구성품의 일부를 변경, 대체해 나가야만 한다. 따라서 이를 공식적으로 공인하고 유도할 수 있는 기관 및 프로그램의 마련이 필요하다.

 작가 생존 시에는 작품, 그 자체를 강조했다면, 이제는 작품에 담긴 개념을 중요시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이해와 소통의 폭을 확산시키는 데 주력하고 특정제품 및 사양의 공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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