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연락이 없던 친구나 친척에게서 전화가 걸려와 보험회사에서 일하게 됐는데 만나서 할 이야기가 있다고 한다면 사람들의 반응은 거의 정해져 있다. 만나면 보험에 가입하라고 귀찮게 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이런 저런 핑계로 면담을 거부하거나 이미 너무 많은 보험에 가입돼 있다고 선수를 칠 것이다. 보험이라고 하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들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은 과거 보험영업 방식이 연고를 통한 막무가내식이었기 때문이지 보험 자체가 고객에게 손해를 끼치는 것은 아니다.

 개인재무설계에서 우선적으로 체크하는 것이 위험설계다. 그만큼 기본이 된다고 볼 수 있는데, 이는 아무리 계획적이고 합리적으로 자산을 증식시켜 나간다고 해도 예측하지 못한 위험의 노출로 인해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예측 불가능하고 감당하기 어려운 위험에 대비하고자 주로 보험상품을 이용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보험에 대한 이해부족과 판매자의 역량부족으로 기형적인 위험설계패턴을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보험은 가장의 조기 사망이나 암 같이 큰 질병, 화재, 재해로 인한 장해 등 치명적 위험에 대비하는 것이지 감기 같은 일상적 위험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일상적 위험은 그냥 감수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오히려 경제적이다. 치명적인 위험이 발생해 가정의 생활 자체가 불가능할 때 1억 원을 수령하는 보험의 보험료는 합리적인 지출로 볼 수 있지만 발목 염좌 치료비를 받기 위해 지출된 보험료는 효용을 따질 수 없다.

 보험의 잘못된 인식 중 또 다른 하나가 바로 해약환급금이다. 보험은 기본적으로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비용을 지출하는 것이지 저축을 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일부 저축형 보험상품의 경우 10년 비과세 혜택으로 인해 장기저축에 유리하기도 하지만 종신보험에 가입하고서 해약환급금이 적다고 불만을 터뜨리는 것은 옳지 않다.

 보험 없이 살 수는 없지만 너무 많다면 그만큼의 기회비용을 잃는 것이기 때문에 소득의 10% 내외에서 합리적으로 설계하는 것이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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