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는 자동차 정비업소가 대략 3만3천 개가 있다. 이중 우리가 정비공장이라고 하는 종합 및 소형 자동차 정비업이 4천 개 정도이고 나머지 2만9천 개 정도가 일명 카센터라고 하는 부분자동차정비업이다. 국내의 차량 대수에 비해 30% 정도의 정비업소가 과잉 공급된 문제도 있고 최근의 차량의 내구 성능이 좋아지고 점차 무상 애프터서비스 기간이 늘어나면서 정비업의 수익모델은 점차 악화되고 있다. 더욱이 머지않아 다가올 한미FTA 등의 발효는 더욱 어려움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판단된다. 나는 각종 세미나, 특강 등에서 기존의 순수 정비업뿐만 아니라 독특한 특화 산업을 부가해야만 앞으로의 치열한 현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 달 한 달 버티어가는 조그마한 영세업 입장에서는 매우 어려운 실정이며, 새로운 영역의 확대는 더욱 불가능한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은 정비업의 규모를 불문하고 대부분 같은 입장이다. 근본적인 문제인 정비영역에 대한 문제도 항상 불씨가 남아있다. 자동차 정비영역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에 대해 종합 및 소형자동차 정비업을 대변하는 전국자동차검사정비조합연합회와 부분자동차정비업을 대변하는 전국자동차부분정비조합연합회는 항상 대치 상황이다. 일종의 제로섬 싸움으로 이 정비영역의 정의에 따라 수익의 크기가 좌우되므로 민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선진국과 같이 부분정비업이 정비할 수 있는 영역이 점차 확대되는 실정이다.

 최근의 주변 상황은 정비업의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10여년 동안 평행선을 긋고 있는 보험업계와의 보험정비수가문제는 항상 불씨가 살아있어 논란의 여지를 남겨놓고 있고 자동차메이커에서는 고객관리 차원에서 차 판매부터 최종 폐차까지 다루는 종합 자동차 서비스관리를 강화하고 있어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무리한 과잉정비도 진행되기도 하고 견디다 못해 사업체를 포기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종합 및 소형자동차정비업보다 부분자동차정비업의 경우가 더욱 많다.
 어려운 주변의 삼중고에 대해 유일하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정부의 법적, 제도적 혜안이다. 기존의 문제점을 과감히 제거하고 새로운 법안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실무적인 법안이 만들어져야 한다. 최근 잘못된 법안 하나가 부분정비업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오는 12월부터 시행예정인 전자식 휠얼라인먼트 시스템 의무 구입이다. 확대된 부분 정비업의 조건을 강화해 소비자들의 차량안전을 구현한다는 취지다. 휠얼라인먼트는 우리 말로 차륜정렬이다. 차륜정렬을 통해 차량이 운행되면서 바퀴의 위치 및 상태를 최적으로 조종해 안전한 운전을 보장해주는 가장 기본적인 필수 정비사항이다. 일반적으로 타이어를 교환하거나 조향장치에 문제가 발생하면 필히 확인해주며, 2~3년에 한 번씩 해주면 최적의 조건에서 운전이 가능하다.

 이번에 문제가 된 부분은 전자식 장비를 필수적으로 갖추라는 것이다. 몇 달 전 연합회의 한 임원이 이 문제에 대해 나에게 문의한 적이 있다. 공학적인 차원에서 꼭 전자식 시스템을 갖추어야 하느냐는 것이었다. 나는 대답하기를 수동식, 전자식 구분 없이 가능하다고 했다. 물론 전자식은 컴퓨터를 이용하다보니 편리하고 정확하며, 손쉽게 정비가 가능하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반면 전용 리프트 장비가 필요하고 상당한 면적을 필요로 하며, 무엇보다도 비용이 고가라는 것이다. 중고제품이라 하더라도 적게는 1천만 원대 이상이 소요된다. 수동식 시스템은 간단한 장비 구현이 가능하며, 능숙하게 다루기만 하면 안전 측면에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가격도 저렴하며, 별도의 공간이 필요하지 않아 전국 70% 이상의 부분 정비업체가 이 장비를 갖추고 있는 실정이다.

 수동식 시스템은 현재 국가기술자격시험에도 활용되고 있어 이 전자식 시스템 구현이라는 유권해석은 너무 과하다는 판단이 든다. 현재 허가기준인 부분정비업의 사업장 넓이도 50㎡로 좁아지면서 전자식 시스템을 장착할 수 있는 공간도 없는 실정이다. 이러한 법적 적용 사례는 현장의 감각을 고려치 않고 단순하게 처리한 유권 해석으로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조금이나마 반영했으면 발생치 않았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제라도 정확한 유권해석을 통해 가중되는 어려움을 하나라도 풀어주었으면 한다. 배려가 중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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