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인륜지대사'라 하며 중요시 되는 결혼.
 결혼은 남녀가 사랑의 약속을 서약하는 의식인 혼례로 주위 사람들의 축복 속에서 치러진다.

 오늘날 혼례는 법적 문제와는 별도로 전통적인 풍습·관습이나 종교적 의식을 수반해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결혼은 300여 년 전부터 혼례로 불리며 일반대중문화에 토착하게 됐고 현시대에는 이른바 신식혼례와 전통혼례 등 2가지로 분류돼 거행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부모와 형제, 친지, 지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신식혼례로 사랑의 서약을 맺는 것이 보편화되면서 전통혼례는 사라져 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평택시가 주한 미군을 대상으로 전통혼례 체험의 장을 마련, 우리 문화를 알리고 전통혼례의 맥을 이어가고 있어 화제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의 전통 예절과 사랑의 언약식을 맺는 곳, 바로 평택시예절교육관이다.

 지난 2003년 평택시 비전동 626-9번지에 설치돼 운영되고 있는 평택시예절교육관은 외국인을 위한 전통혼례와 생활예절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 전통문화를 알리고 있다.

 특히 한복 바르게 입어보기, 차 마시는 법 배우기, 다식 만들기 등 우리 전통 예절을 배울 수 있는 곳으로 외국인들에게 인기다.

 외국인들에게는 좀 낯설고 어려울 법 하지만 전통혼례와 생활예절반 등 특별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들은 우리나라의 전통 예절과 화려한 한복을 입고 감탄사를 연발하기 바쁘다.

 지난 6월 8일에는 노란 머리와 파란 눈을 가진 미8군 벨코트 사령관 부부 등 외국인 부부 5쌍이 송명호 평택시장의 주례로 우리나라의 전통혼례를 치렀다.

 외국인 신랑·신부는 처음 입고 써보는 사모관대와 족두리를 쓰고 급히 배운 대로 예의를 갖추는 맞절로 떨리는 혼례를 했다.

 처음 해보는 맞절로 어색하지만 우리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면서 경험하는 색다른 체험 전통혼례에 참여한 외국인과 하객들 모두 싱글벙글 웃음을 잃지 않으며 추억을 담았다.

 맞절을 마친 뒤에는 술잔을 서로 권하고 잔을 비우며 하늘과 땅 그리고 서로에게 백년해로를 다짐하며 사랑을 약속했다.

 데이비드 밸코트 미8군 사령관은 “음식과 술을 신부 측과 함께 나눠 먹고 닭을 날리는 혼례절차도 아주 특별한 느낌”이라며 “이런 행사를 통해 신랑·신부의 결속과 가족의 중요성을 마음 깊이 느낀다”라고 말했다.

 디안 밸코트 사령관 부인은 “한복이 너무 마음에 들고 이렇게 전통혼례에 참여하니 다 같이 하나가 된 기분이고 너무너무 좋다”라고 말했다.

 이날 신부가 입은 활옷은 궁중에서 의식이 있을 때에 왕비가 입던 대례복이었으나 후에는 서민의 혼례복으로 사용된 것.
 이들 외국인들은 청색(여성)과 홍색(남성)의 화합을 상징한다는 활옷의 의미와 더불어 숭고함과 부귀, 장수를 상징하는 연꽃, 모란꽃, 십장생 등을 가득히 수놓아 만든 활옷을 카메라에 담기도 했다.

 특히 신랑이 입은 사모관대(紗帽冠帶)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사모관대는 신랑 나이에 이미 벼슬길에 들기는 어려웠을 것이므로 당시 혼인을 인륜(人倫)의 대사(大事)라 해 비록 가장 낮은 품계(九品)의 것이긴 하더라도 특별히 배려해 예우했다는 의미를 더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례 선언으로 시작된 전통혼례는 - 서부모(誓父母), 초자례, 초녀례 - (신랑과 신부가 각기 부모의 교훈을 받고 서약하는 의식)가 있은 후 전안례 → 교배례 → 서천지례 → 서배우례 → 근배례 → 필례선언 순으로 진행됐다.

 음식 가운데 길이가 가장 긴 까닭에 `장수'의 뜻을 담고 있는 국수를 혼례 뒤 대접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이들 외국인들은 떡을 이용해 케이크를 만들어 나눠 먹으며 참석한 하객들에게 감사의 표시를 전했다.

 평택시는 외국인 전통혼례는 전반기와 하반기 각각 한 차례씩 5쌍 이내 부부에게 연 2회 전통혼례를 치러줄 예정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