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드라마를 보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인물의 직업 중에 의사, 검사, 기업체 임원이나 최고경영자가 단연 많다. 그런데 그들은 모두 매우 잘생기고 돈이 많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보다 더 이상하게 생각되는 점은 별로 바쁘지 않고 여유시간이 남아돈다는 점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의사와 검사라는 직업이 그렇게 한가할 리가 없으며, 얼마 전 나에게 재무설계서비스를 받은 중소기업 CEO의 경우 평일은 물론이고 주말에도 쉴 새 없는 일정에 치여 남들 다하는 은퇴준비조차 고민해보지 못했다고 하소연할 정도로 바쁜 직업이다.

 미국의 통계를 보면 말단 직원의 노동시간이 가장 짧고 직급이 올라갈수록 노동시간이 늘어나다가 최고경영자는 가장 오랜 시간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하는 일 없이 월급을 축내는 낙하산이나 후광이 든든한 몇몇이 있기는 하겠지만 대부분은 과로사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정신없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최고경영자들이 인터넷 검색을 통해 좋은 금융상품을 찾고 절세방법을 연구하고 자산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운데, 문제는 가정과 기업의 자산경계가 모호하거나 개인자산까지 사업에 올인하는 중소기업의 사주 겸 CEO에게 큰 위험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사실이다.

 회사의 도산으로 가정까지 함께 무너지는 위험은 너무나도 명백하고 CEO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인한 공백기 손실을 충당하지 못해 회사가 위기에 처할 수도 있고 거액의 상속세 납부로 경영권에 위협이 될 만큼 지분을 처분해야 할 수도 있다.

 CEO는 가정의 가장이라는 책임 이외에도 기업의 대표라는 책임까지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보다 광범위한 재무설계가 필수적으로 동반돼야 한다. 만약 자녀에게 사업승계까지 고려하고 있다면 합법적인 범위 안에서의 사전증여는 물론 직원들의 복리후생을 겸한 금융상품을 통해 법인세 절감을 꾀하고 임원급 이상의 퇴직플랜을 통해 근로소득세를 줄이는 등 절세전략이 병행돼야 함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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