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는 빠른 것을 선호한다. 그만큼 ‘빠름’이 미덕인 시대다. 특히 우리나라 ‘빠름증후군’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심하다. 물론 열정과 스피드, 기술력을 상징하는 빨리빨리 문화가 60년대 우리에게 엄청난 경제적 효과를 불러일으킨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이런 빨리빨리 문화가 오늘날 우리 삶 속에 너무 깊숙이 뿌리박고 있다는 데 있다. 일을 빨리 처리하면 왠지 능력있게 보이고, 빠른 시간 내에 문제를 빨리 푸는 애들은 왠지 똑똑하게 보인다. 이런 사회적 시선 때문에 사람들은 빨리빨리를 추구한다.

               빨리빨리보다 정확성이 더 중요

 그러다보니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는 행복이란 단어가 왠지 낯설다. 경쟁사회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1분의 시간을 아껴야 하고, 그 저축된 시간을 또 바쁜 시간 속에 쪼개어 투자한다. 하지만 속도를 숭배할수록 인간소외는 그만큼 깊어진다. 신속함으로 인해 생활이 편리해졌으면 전보다 마음이 풍요로워져야 하는데 답답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더 늘고 있다.

 어찌 보면 세상의 빠른 속도가 인간의 풍요로운 마음의 척도를 빼앗아 갔는지도 모른다. 세상은 이미 스피드가 보장하는 속력의 단맛에 흠뻑 젖어버렸고, 누구라도 잠깐이나마 속도경쟁에서 일탈하면 낙오가 되는 사회가 되어버렸다
 그러기에 사람들은 큰 이유 없이 숨 가쁘게 앞만 보고 달려간다. 순간순간 정신없이 시간에 쫓겨 자유로운 시간을 가질 틈도 없이 영원히 뭔가 결핍된 듯한 갈증 속에서 끝없이 바쁘게 살아간다.

 물론 빨리빨리 문화는 신속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빨리빨리」의 악영향도 크다. 일례로 한국의 교통사고율은 세계 수위를 다투고, 매년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1만 명을 넘는다. 교통사고로 인한 직접 손실은 2조 원에 가깝다. 조사에 따르면 상당히 많은 사고는 과속과 추월 때문에 일어난다. 규정을 위반해가며 서둘다 막대한 생명과 재산 손실을 낳는다. 이런 사례 유형은 다양하지만, 대부분 원인은 이익을 위해 덮어놓고 서둘고, 품질을 고려하지 않는 게 공통적인 병폐다.

 과연 빠른 게 경쟁력일까? 빨리빨리도 좋지만 그 밑에 '정확' 이라는 행동의식이 있어야만 그만큼이나 경제적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러기에 바쁘게 살아가는 것이 경쟁력과 행복의 시간을 보장하는 것만은 아니다. 앞으로는 무조건 빠른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이제는 시간보다는 방향의 설정이 우선되고, 그 시간 속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시간의 미학을 점검해 보아야 할 때다.

 그런 의미에서 틈나는 대로 농산촌을 찾아보자. 농산촌을 한가로이 거니는 것은 시간을 중단시키는 것이 아니라 시간에게 쫓겨 몰리는 법 없이 오히려 시간과 조화를 이루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자연의 소리를 들어보자. 스치는 바람결소리,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개울물소리, 새가 노래하는 소리, 풀벌레 소리... 이런 소리는 우리의 감각을 지배하고 있다. 자연의 소리가 담기지 않은 추억의 풍경은 세월이 지나면 바래버리지만, 자연의 소리가 담긴 풍경은 누구나 쉽게 잊을 수가 없다.

          자연의 소리는 인간생활의 원동력

 특히 자연의 소리는 확실히 마음을 부드럽게 하고, 불안에서 해방시키며, 또 마음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힘이 있다. 누구나 소리를 통해 감동을 받게 된 경험이 있을 게다. 우연히 듣게 된 소리가 추억을 상기시키는 일도 있으며, 마음이 울적할 때 구슬픈 풀벌레 소리를 듣고 소주 한 잔 기울이고 나면 왠지 시원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이처럼 사람의 마음을 저절로 움직이게 하는 힘은 자연의 소리에 있다. 따라서 자연의 소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데 생활의 원동력이 된다.

 틈나는 대로 농산촌 자연의 소리를 많이 들어보자. 그늘진 나무 아래 덮석 누워있다 보면 바람 지나가는 소리가 사람들 지나가는 소리만큼이나 선명하게 들리고, 머리 위로 보이는 푸른 나무 가지에는 새파란 나뭇잎 소리가 세속에 찌든 귀를 맑게 씻어줄 것이다. 그리하여 속도는 자신이 선택하는 것임과 자신이 선택한 속도에 따라 세상이 달라질 수 있음을 깨닫게 될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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