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3일 개봉하는 영화 `관타나모로 가는 길'은 파키스탄계 영국인 청년들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붙

   
 
잡혀 관타나모 수용소에 끌려간 뒤 2년 후에야 풀려난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영화는 무고한 파키스탄계 영국인 청년들이 어떻게 세상에서 가장 악독한 감옥으로 불리는 관타나모 수용소에 갇히게 됐는가를 쫓아간다.

 9·11 테러가 발발한 지 보름 남짓 지난 2001년 9월 28일, 친구의 결혼식 참석차 파키스탄으로 여행을 떠나는 영국인 무슬림 루헬 일행의 여정은 평범해 보였다.

 그들이 `무슬림들은 곤경에 처한 아프가니스탄 형제들을 도와야 한다'는 무슬림 지도자의 말을 듣고 아프가니스탄 국경선을 넘기 전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TV에서나 봤던 전쟁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는 호기심을 실천에 옮기는 순간, 상상은 악몽으로 변한다.

 모스크와 칸다하르, 카불, 관타나모로 이어지는 이들의 여정은 파괴된 건물과 집들을 관통한 탄흔, 피폐한 거리의 풍경들로 넘쳐난다. 얼떨결에 탈레반 기지까지 흘러든 그들을 기다리는 건 미군의 무차별 폭격이다.

 친구 모니르는 실종되고 나머지 셋은 테러리스트라는 의심을 받고 쿠바의 관타나모 기지에 억류된다. 죽음의 수용소로 알려진 관타나모에서 그들을 기다리는 건 이유를 묻지 않는 무차별적인 고문과 폭력이다.

   
 
 이들은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2년 간 온갖 고문(구타와 성적·인격적 모독, 좁고 어두운 곳에 가둬 두고 시끄러운 음악과 사이키 조명을 현란하게 사용하기, 뜨거운 태양 아래 몇날며칠을 그늘도 없는 철창 속에 가두기, 무슬림 기도 금지, 대화 금지 등)과 학대를 견디다 못해 `나는 알카에다 조직원이오'라고 거짓 자백을 해버린다.

 결국 거짓 자백으로 인해 재판을 받을 수 있었고 재판을 통해 무죄가 선고돼 풀려났다. 희생자들은 출소 후 다시 파키스탄에 가서 결혼식도 올렸고 현재 영국에서 다시 살고 있지만 그들이 겪었던 2년을 영화로 지켜보는 관객들은 관타나모의 참혹한 현실에 절망감을 맛본다.

 여기에는 중간 중간 실제 인물들이 당시 상황을 증언하는 장면과 전문 배우들이 찍는 영화를 절묘하게 섞어 놓은 세미 다큐멘터리 형식도 한몫하고 있다.

 영국인 감독 마이클 윈터바텀은 “21세기에도 관타나모 수용소처럼 비이성적인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영화를 찍었다”고 밝혔으며, “미군의 관타나모 수용소는 폐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화는 2006년 제56회 베를린영화제 감독상을 받았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