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등록법인들이 올 상반기중에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 올렸다고 한다. 이들 상장사들의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156.7%가 증가된 것을 비롯, 전 업종이 흑자를 기록했고 코스닥기업도 지난해의 연간실적보다 많은 순이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오랫만에 들어보는 반가운 소식이다.
 
보도에 따르면 이같은 상반기 수익호전은 지난해 4·4분기부터 시작된 경기회복세에 힘입어 내수경기의 호황과 반도체 가격의 상승 등 외부여건 개선에 힘입은 바 크다고 보지만 사실은 기업들의 구조조정 노력과 수익 위주의 보수적 경영을 통한 기업 내실화의 성과란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한 일이기도 하다.
 
더구나 상장사들의 부채비율이 113%로 코스닥 일반기업도 128.8%로 낮아지는 등 기업들의 재무구조가 빠른 속도로 건실해지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 볼 만한 일이다. 하지만 사상 최대 수익실현의 내용을 좀 자세히 살펴보면 겉으로 나타난 화려한 실적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고 생각된다.
 
이런 상황에서 우선 상장사의 매출액 증가율이 1%에도 못미치는 0.69%이고 보면 걱정스럽기도 하다. 이는 내수는 좋았지만 상반기의 수출이 전년도 동기 실적을 밑돌았던 것이 그 원인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성장잠재력의 약화를 의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면 심각한 일이고, 지금의 내수호황이 위축되면 언제든지 기업수익이 악화될 여지가 크다는 뜻이다. 또한 순이익이 사상최대라지만 일부 대형 우량기업들의 실적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문제다.
 
더 큰 문제는 삼성전자, 한전, KT, SK텔레콤, 현대자동차 등 이른바 빅5가 낸 순이익이 전체 순이익에서 47.6%나 차지하고 있어서다.

원화강세로 외채상환부담이 줄어들어 나타난 이익이 2조7천억원이나 반영된 것도 경쟁력 향상을 통한 이익실현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사상최대의 순이익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고 본다. 아무튼 최근의 경제여건을 감안하면 상반기 실적호전을 그대로 평가한다 하더라도 안심할 상황은 물론 아니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수익위주의 내실경영도 강화돼야 하겠지만 지속적인 성장기반 구축을 위한 설비투자와 연구개발 등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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