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창학 이사장
 `인간사회의 모든 개체에는 기본 질서와 흐름이 있고 그 이면에는 발자취를 되짚어 개선하고 고치며 앞으로 나아가려는 의지가 있다.'
 `우리 승우재단 또한 황무지를 개간해서 옥토를 이루고 그 위에 오늘의 승우재단이 설 수 있었던 것은 지난 25년이라는 발자취를 더듬어 세우고 앞으로 계속될 재도약의 디딤돌을 놓는 의미로…' 승우재단 25주년사 중에서.
 정신질환자들의 보금자리로 거듭나고 있는 오산시 소재 승우재단이 올해로 설립 25주년을 맞았다. 이에 따라 본보는 창간 19주년을 맞아 승우재단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앞으로 승우재단이 지향하고 있는 청사진을 알아봤다. 〈편집자 주〉

  ◇승우재단의 설립과 성장
  사회에서 소외된 정신질환자들을 위한 오산시 승우정신요양원이 설립 25주년을 맞았다.

 지난 83년 열악하기 짝이 없는 무인가 법인 오산복지원이 현대적 시설을 갖춘 승우정신요양원과 노인전문병원으로 성장하기까지에는 현 대표이사인 한창학(70·의학박사)이사장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전국 58개 정신요양시설의 법인 대표이사 및 시설장 중 유일한 정신과 전문의인 한 박사는 수련의 시절부터 사회 다변화로 인한 정신질환자 보호시설의 필요성을 절감, 시설은 없고 법인만 존재하던 오산복지원을 인수한 뒤 88년 사재를 털어 정신요양시설 1개 동을 신축하고 제대로 된 정신요양원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 승우정신요양원 전경사진
 이후 승우요양원은 성장과 발전을 거듭하다 지난 2004년 국고보조와 한 박사의 사재가 투입된 연면적 3천37㎡ 규모의 6층 건물로 신축, 233명 정원이 생활할 수 있는 현대식 요양시설을 갖췄다.

 승우재단은 이어 고령화 시대의 도래에 따른 노인성 치매, 중풍 환자 등을 돌보기 위한 정원 50명 규모의 부설 노인전문요양원을 인가받아 2천여㎡, 3층 규모의 시설을 확충해 지난 2006년 1월부터 운영해 오고 있다.

  ◇원생 중심의 다양한 프로그램
  44년 간 쌓아온 임상의사 경력을 토대로 한 박사가 직접 원생들을 상담하고 진료 또는 치료하며 전문인력을 활용한 다양한 재활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 원생들의 사회복귀에 대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승우요양원은 타 시설이 정신질환자의 요양과 보호에만 그쳐 만성질환자의 재활이나 사회복귀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한계를 넘어 입소자 개개인의 만족도와 재활의지를 극대화시키는 모범 사례로 인정받고 있다.

  ▶볼링 동아리 = 정신적, 신체적 감각을 유지, 보존할 수 있도록 하며 매주 1회씩 7~8명이 참여한다.

  ▶등산 동아리 = 등산을 통해 여가활동과 건강 증진의 기회를 제공하고, 구성원 간의 동료애와 자립심을 길러주며 월 2회, 20여 명이 참여한다.

  ▶게이트볼 동아리 = 비교적 나이 많은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가벼운 신체활동과 규칙적인 운동으로 체력을 증진시키며 매주 1회, 5~6명이 참여한다.

  ▶수영 동아리 = 비만한 원생들을 대상으로 주 1회 실시하며 6~7명이 참여한다.

  ▶고전무용 동아리 = 고전무용의 음악과 동작을 익히며 정서적인 안정감을 찾고 자신의 감정을 보다 창의적으로 표현하는 데 유익하며 주 1회씩 10명이 참여한다.

  ▶가요 동아리 = 매주 1회씩 전문강사를 초빙, 노래를 배우고 자신의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거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효과를 보고 있으며, 원생들 중 가장 많은 40여 명이 참여한다.

  ▶미술 동아리 = 미술요법은 개인의 발달상, 중요한 경험, 꿈, 환상 등을 표현하므로 정신치료법의 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매주 1회씩 10여 명이 참여한다.

 이밖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거나 시도 중에 있으며, 한 박사를 정점으로 30여 명의 시설 운영진이 심혈을 기울인 결과 지난 2005년 전국 요양시설 평가에서 우수 시설로 선정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 자원봉사 상담봉사단 간담회 개최
◇진정한 사회복지 구현과 지속적인 발전
  한 박사는 진정한 장애인 복지는 훌륭한 시설이나 재활 프로그램이 아닌 `편견의 벽'을 허무는 데 있다고 강조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정신장애인도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줄 기회를 많이 만들기 위해 골몰한다.

 지난해에는 정신장애인의 날을 맞아 지역민들과 함께하는 걷기대회를 주최하고 오산 독산성 마라톤대회에 원생들이 직접 참가해 오고 있으며, 자원봉사자들과 격의 없이 만나는 기회를 자주 만들기 위한 프로그램 개발에 힘쓰고 있다.

 특히 지역사회 내 자원봉사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사회복지 현장실습과 노인케어복지사 과정 현장실습을 요양원에서 실시하며, 실제로 녹색환경운동연합 오산지부, 이·미용협회 오산지부, 오산대학, 장안대학, 수원과학대, 협성대 등과 폭넓은 교류를 펼치고 있다.

 또 장애인의 인권 향상을 위해 보호자대표, 환우대표, 시설장, 직원대표 등으로 구성된 인권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할 수 있는 인권함을 설치, 인권 유린 요소를 사전에 방지하고 있다.

 

  승우재단 한창학 이사장 인터뷰

 “정신 장애인들도 우리 사회의 일원입니다. 모든 인간이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면 이들에게도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지난 25년 간 사회복지법인 승우재단을 설립해 이끌어 온 한창학(70·의학박사)이사장의 신념어린 말투다.

 전국에 산재해 있는 58개 정신요양시설 중 유일한 정신과 전문의 대표인 한 이사장은 시설 운영은 물론, 자신의 전공을 십분 살린 정신과 상담에서 진료에 이르기까지 원생들을 일일이 챙기는 맘씨 좋은 할아버지다.

 “정부 집계로 우리나라에 약 500만 명에 이르는 정신 장애인이 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중에서 정신 보건 서비스나 재활 보건 프로그램 등의 도움을 받는 이는 극히 일부분에 불과합니다”라는 한 이사장은 “사회의 편견과 무관심 속에서 고립돼 가고 있거나 아무런 의료·재활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는 대다수의 정신 장애인들에 대한 지원이 절실한 때”라고 말했다.

 한 이사장은 “선진국의 길목에서 사회안전망을 구축한다는 허울 좋은 지원보다는 이들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하는 편견의 벽을 허무는 것부터 우선돼야 한다”며 “내 가족이려니 하는 마음으로 지역 주민들이 직접 나서는 자원봉사 프로그램이 활성화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와 정신요양시설, 정신보건센터, 병원 등이 나서 정신장애에 대한 이해를 돕고 지역사회와 정신 장애인들과 다양한 교류의 장을 펼쳐야 한다”는 한 이사장은 “예를 들면 정신장애와 관련된 영상물 상영이나 거리 캠페인, 장애우와 함께하는 등반대회, 마라톤대회 등이 바로 그런 것들이다”라고 했다.

 “승우재단 역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만성질환자의 재활이나 사회복귀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건 사실이다”는 한 이사장은 “정신요양시설의 기능을 치료와 재활이 동시에 이뤄질 수 있는 정신요양병원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골몰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 일환으로 한 이사장은 지난 2006년 1월 정신요양원 부지에 중풍, 치매로 고생하는 노인을 돌보기 위한 노인전문요양원을 설립, 또 다른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