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러이긴 한데 뭔가 묵직하다. 애써 범인을 찾을 필요도, 충격적인 반전도 기대하기 힘들지만 살인중독증에 걸린 연쇄살인범의 자아는 관객들의 간담을 서늘케 한다.

 개봉을 앞두고 있는 `미스터 브룩스'는 연쇄살인범 브룩스(케빈 코스트너)의 분열적인 내면 묘사에 전력을 기울인 심리 스릴러다.

 미스터 브룩스는 모두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는 성공한 사업가이자 자상한 아버지. 그런 브룩스에게 딱 하나의 문제가 있다면 그의 또 다른 이름이 희대의 연쇄살인마 `썸프린트 킬러'라는 사실이다.

 주인공은 겉으로 봐서는 짐작조차 할 수 없는 비밀스런 범죄 행각을 저지르지만, 연쇄살인의 쾌감에만 몰두하는 메리 해런의 `아메리칸 싸이코'나 자신의 행위를 자각하지 못하는 앨프리드 히치콕의 `싸이코' 같은 영화들과는 차이점을 지닌다.

 그건 브룩스가 살인이라는 병든 쾌락에 중독됐으면서도 그로부터 벗어나려고 필사적으로 애를 쓰는 인물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그는 살인을 저지를 때면 솜씨 좋은 스페셜리스트이지만, 위기를 겪을 때면 평온과 용기와 지혜를 달라고 신에게 절절히 기도까지 한다.

 냉혹하게 살인을 저지르는 모습과 흐느끼면서 용서를 구하는 모습은 이 작품에서 거의 동일한 비중으로 똑같이 강조됨으로써 그 모두가 브룩스의 `진실'임을 당혹스럽게 전한다.

 이처럼 `미스터 브룩스'가 가진 큰 매력은 극중 캐릭터가 가진 개성이다. 여기에 이혼소송에 넌더리를 내고 있는 여자 형사, 살인의 쾌락에 동참하고 싶어하는 목격자, 급작스레 대학생활을 중단하고 돌아온 브룩스 딸 등 영화는 독특한 캐릭터들을 앞세워 기이하고도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영화의 관전 포인트는 무엇보다 브룩스와 악한 자아 마셜이 싸우고 우기면서도 머리를 맞대고 낄낄대며 웃는 `애증' 관계에 있다. 살인을 저지르기 직전이나 저지른 직후, 브룩스와 마셜이 악마적인 농담을 주고받으며 낄낄대는 장면들은 잔혹한 살인 장면보다 훨씬 더 섬뜩하다.

 시나리오 작가 출신인 브루스 에반스 감독은 `미스터 브룩스'에서 쓸데없이 끔찍한 장면을 줄이고 치밀한 상황 설정만으로도 섬뜩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는 평을 받았다. 3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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