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나라의 명재상 관중은 부국강병에 성공해 일약 강대국으로 끌어올린 대정치가다. 그런 그의 정치란 어떤 정치였을까? “받으려면 우선 줘라. 이것이 정치의 요체다”라고 말하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역사가 사마천은 “마치 물이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처럼 끊임없이 백성의 의향에 따라 적절하게 대처한다. 따라서 정책을 논의하는 경우에는 실행하는 쪽에 주안점을 두고 끊임없이 백성이 무엇을 요구하는가를 염두에 두고 그것을 정책에 반영시켰다. 실패를 범해도 그곳에서 교훈을 끌어내어 성공으로 이끈다. 이것이 관중의 정치방식이다”고 평가했다. 무리함이 없이 유연한 정치. 그것이 `받으려면 우선 줘라'는 방침에 기반을 둔 정치였다. 부하직원의 엉덩이를 걷어차며 무턱대고 일하게 하는 방식이 아니라 스스로 일하지 않을 수 없도록 하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정치가 으뜸이란 의미다. 노자의 정치철학 `무위'와 `청정'론도 같은 맥락이다. “천하를 다스리려면 무위로 일관해야 한다. 왜 무위여야만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요컨대 무위와 청정은 위로부터의 지시나 금지령은 되도록 피해야하고 백성에게 부담을 강요하는 정책은 시행하지 않는 것이며 위로부터의 개입을 피하고 백성의 활력에 맡기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위나 청정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라는 의미는 아니다. 위에 있는 사람은 전체의 움직임에 신경을 쓰기에 마음이 편할 틈이 없다. 그러나 입밖으로 힘들다고 하거나 한숨을 쉬거나 자신의 어리석음을 내보이면 리더로서 실격이다. 당연한 책무이니 아무렇치도 않은 표정, 그것이 무위이며 청정이다. 오늘날 지역의 살림살이를 맡은 민선자치단체장들이야 말로 리더로서의 자격이 무엇보다 중요시되고 있다. 일부 님비현상의 민원에 매달리느니 전체의 움직임에 신경을 쓰며 주민의 활력에 맡기는 리더. 이는 작은 생선을 구울 때 무턱대고 찌르거나 뒤집으면 형태가 무너지고 맛도 떨어지니 살살 조심스럽게 구워야하듯 주민을 위한 자치시대의 단체장은 노자의 정치철학 `소선 구이'를 새겨볼만 하다.
(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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