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루사는 우리 국토 곳곳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어 버렸다. 지난 8월초 경남지역 홍수피해의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사망·실종자가 200명이 넘고 재산피해도 3조원을 돌파하는 등 수해지역 주민들의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전국 곳곳에서 응급복구가 진행되고 있으나 물난리속에 먹을 물과 생활용수조차 부족해 40여만명의 수재민이 무더위속에 허덕이고 있다니 걱정이다.
 
홍수의 대형화는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은 물론 아니다. 올들어 독일·체코 등 유럽국가와 중국에서도 전대미문의 대홍수가 발생했다. 이는 지구 온난화 등의 기후변화가 홍수와 가뭄을 대형화하고 있다는 최근 학설을 실감케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치수(治水)사업은 그동안 다목적댐 건설과 하천·제방축조 등 두축으로 추진돼 왔지만 성과를 얻지는 못해 아직 외부로부터 고립된 수재 마을에선 생필품 부족으로 하루하루를 어렵게 버티고 있어 답답하기만 하다.
 
하긴 태풍 루사때 강릉의 하루 강우량이 870mm, 시간당 강우량은 100mm를 넘었다. 90년대 이후의 단기 강우량은 종종 상상을 초월했으나 이를 감안, 기존의 하천제방, 소형댐, 도시내 배수시설 등의 안전기준을 상향 조정하고 보수·보강하는 문제를 적극 검토해야 하지만 이를 외면한 요인 등이 겹쳐 강릉시 등 10여개 도시의 상수도 시설이 파손돼 수일째 수돗물 공급이 중단돼 식수는 말할 것도 없고 청소, 빨래 등은 엄두도 못내고 물전쟁이 벌어지고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인간의 삶에 물이 귀중하다는 것은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더욱이 21세기 들어 물관리 문제가 전세계적인 이슈가 되고 있음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물의 귀중함을 모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태풍 루사로 또 물난리를 겪게 돼 답답하기 짝이 없다. 예로부터 물을 잘 다스리는 치수는 국방과 함께 나라의 명운을 좌우하는 요체로 인식돼 왔다. 이 처럼 귀중한 물을 보전하고 아껴야 하는 것은 우리의 책무이기도 하다. 때문에 물관리를 제대로 못하게 되면 각종 재해를 입게 되기 마련이다. 한마디로 치수는 치국의 근본이다. 경제발전과 사회·환경 개선을 목표로 한 지난 30여년간 우리의 정책은 국민의 기본적인 생존권 보장을 너무 소홀히 한 것 같다. 이제라도 제대로 치수사업에 나서야만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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