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 파워'란 나이 들어 갈수록 강해지는 힘을 사회 성장의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다. 고령화 현상은 세계적인 추세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WHO(세계보건기구) 발표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는 인구의 7% 이상이 노인인구로서 여성 평균수명은 80세, 남성은 73세이고, 2020년에는 노인인구가 지금의 2배 이상이 될 것이며, 평균수명이 여성은 84.4세, 남성은 78.2세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우리나라가 이미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음을 증명한다.

 최근 일본에서는 자신의 나이에 0.7년을 곱한 나이가 실질적 나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청춘을 상징하는 고령자층이 늘고 있다.  나가노역에서 자동차로 40분 가량 꼬불꼬불한 국도를 달리게 되면 오가와가 나온다. 이곳은 표고가 해발 500~1천m이고, 몇 개의 계곡으로 나누어 형성된 경지는 경사가 심하고 규모가 적은 다랭이 밭이 대부분이다. 여기서 주로 대맥 소맥과 콩, 팥 등 잡곡류를 재배한다. 특히 북알프스 연봉을 관람하기에 가장 좋은 곳으로 정평이 나 있으며 나가노현(縣) 자연 100선에 선정됐고, 그 중에서도 특별 경관지역으로 선정된 바 있다.

 오가와는 참나무와 상수리나무에 둘러싸인 인구 3천700명의 작은 산촌이다. 예전에는 양잠과 마(麻)재배가 성행했으나 화학섬유가 나오면서부터 쇠퇴하고 그 후로는 특별한 산업이 없는 지역이다. 젊은이들은 밖으로 나가고 핵가족화가 진행되어 고령화율이 39%로 나가노현 내에서 가장 높은 지역이다.

 이 작은 산촌은 잡곡류와 전통 저림류 등 다양한 특산품과 우동·메밀국수 등 음식을 팔고 있다. 특히 장작불을 피운 화롯가에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만든 오야키(밀가루 반죽해 만든 만두피에 양념한 채소류를 넣어서 구운 만두 비슷함)는 그 맛이 일품이다.

 이 음식은 과거 식량이 부족하던 때 가난한 사람들이 먹는 식품으로 알려져 이 산촌 지역에서 흔히 먹었다고 한다. 오야키를 만들어 팔기 위해 할머니, 할아버지 93명과 농협이 공동으로 출자해 '오가와노쇼'라는 주식회사를 만든 것은 1986년이다. 이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만 원료로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밀가루는 인접 군마(群馬)현에서 생산한 것을 사용한다. 오야키를 중심으로 된장, 간장, 단무지 등 20여 종의 가공식품과 버섯과 수수, 검정콩, 조 등 60여 종의 특산물을 개발해 연간 7억5천만 엔을 판매한다. 50%는 이 지역을 방문하는 연간 7만 명의 관광객에게 직접 판매하고, 나머지 50%는 주문에 따라 택배로 판매한다. 전통식품을 지역주민의 손으로 재배하고 제조한 것을 직접 판매하는 지역 활성화기업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회사직원 93명 중 반수 이상이 65세 이상의 고령자로서 평균연령 58세로 일본 최고의 고령자 직원으로 운영되는 회사라고 불 수 있다.

 이 회사의 목표는 지역사람들이 평상복으로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직장 만들기다. 60세 이상의 고령자를 정사원으로 채용하고, 설립 당초는 78세를 정년으로 했으나 더 일할 수 있는데 아쉽다는 이야기가 나와 현재는 정년제를 폐지했다.

 아울러 ‘1부락 1품 만들기’를 경영방침으로 정하고 있다. 걸어서 15분 걸리는 곳에 15명의 노인들이 모여 일할 장소를 만들자는 것이다. 촌 내를 10개의 부락으로 나누고 각 부락의 조건에 맞는 농산 가공의 공방(工房)을 만들자는 것이다. 지금까지 산체촌, 오야키촌, 농원촌, 갓김치촌 등을 만들었고, 나머지 6개 지역에도 추진 중이다.

 가난한 산촌의 전통식품인 오야키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글로벌 식품이 된 것을 보면 농촌지역의 특색을 살린 식생활 문화가 새롭게 평가받을 수 있는 시대가 도래됐음을 알 수가 있다. 중요한 건 그 중심에는 항상 고령자 파워가 있었다는 데 있다.

 앞으로 고령자층의 활용은 국가 재정 부담을 줄이고 사회적 통합을 가져오는 바람직한 정책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중요한 건 자원봉사로서 노인인력의 활용이라는 면보다는 유휴노인들에게 소득보장의 기회를 향상시키고, 동시에 봉사하는 고령자들이 지역사회에 봉사하고 본인의 삶을 풍부하게 해주는 데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령층의 풍부한 인력을 자원으로 활용해 국가와 사회발전을 위한 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