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선댄스 영화제에 공개된 뒤 올 여성영화제와 퀴어 영화제에서 매진되며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푸치니 초급과정'은 복잡하고 어렵게만 다뤄졌던 성 정체성을 가벼운 터치로 그린 로맨틱 코미디다.

 마리아 매겐티 감독은 지난 1995년 `두 소녀의 놀라운 모험'으로 미국 독립영화와 레즈비언 영화를 동시에 개척했다는 평을 받았으며, 그녀는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의 제작자인 존 슬로스를 만나 각각의 관계에 성실하고자 하는 한 여자의 좌충우돌 연애담을 담은 `푸치니 초급과정'을 만들어 냈다.

 레즈비언이자 작가인 주인공 알레그라(엘리자베스 리저)의 연애사는 참으로 기구하다. 너무나 사랑했던 애인 사만다는 그가 예전 이성애자일 때 사귄 남자친구를 만나 그녀를 떠나버린다.

 허전함과 외로움에 방황의 나날을 보내는 와중 한 파티에서 콜럼비아대학 조교수인 필립(저스틴 커크)을 만나게 된다. 그는 레즈비언임을 밝혔음에도 그녀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오고 알레그라도 성정체성에 혼란을 겪으며 그와 연애를 시작한다.

 알레그라는 그 와중에 극장에서 자신의 맘에 쏙 드는 여자 그레이스(그레첸 몰)을 만나게 된다. 실연의 아픔을 간직한 둘은 서로를 위로하다가 또 다른 사랑에 빠진다.

 결국 한 남자와 한 여자를 동시에 좋아하게 된 알레그라, 하지만 등장인물 모두가 얽혀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녀는 진퇴양난에 빠지고 만다.

 영화는 여류감독 특유의 섬세한 연출을 바탕으로 동성애와 이성애, 혹은 양성애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는 여주인공의 심리적 갈등을 재미있게 그려냈다.

 여기에 감독은 직설적이지만 속 깊은 대사와 사랑과 우정, 연인과 친구라는 인간관계를 통해 인생에 대한 진지한 통찰을 이끌어 낸다.

 이외에도 곳곳에 배치된 뉴욕적인 배경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라든가 뉴욕의 거리와 고풍스런 고서점, 전형적인 뉴요커들의 파티모습, 센트럴파크에서의 한가로운 휴식 등은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우연한 만남과 사랑에 빠지게 되는 심리를 한 줄의 인생 교훈으로 풀어낸 `푸치니 초급과정'은 오는 9월 6일 개봉한다.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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