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습격사건, 신라의 달밤 등으로 코믹 영화의 제왕으로 우뚝 선 김상진 감독이 추석시즌에 맞춰 복귀작을 내놨다. 김 감독의 8번째 영화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에서 그는 자신의 연출력이 녹슬지 않았음을 증명한다.

 특히 전작들처럼 차승원·설경구 등 스타 배우들을 앞세우는 대신 나문희·유해진·강성진 등 연기파 배우들만으로도 시종일관 관객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영화를 완성했다.

 임신한 채 구속돼 있는 아내의 보석금을 마련해야 하는 도범(강성진), 그의 처남이자 백수인 종만(유건), 국제결혼 사기로 어머니의 틀니 값을 날린 순진한 시골 노총각 근영(유해진). 셋은 상황 타개를 위해 `한탕'을 모의한다.

 이들은 결국 원조 소머리국밥집으로 부호가 된 `권순분 여사' 나문희를 납치한다. 하지만 순진하고 어리숙한 데다 마음까지 약한 유괴범들에 비해 생활력 하나로 수천억대 재산을 일군 권순분 여사는 얕볼 수 없는 강적이다. 힘도 세고 머리도 명석한, 여기에 어머니같은 인간미로 유괴범들을 쥐락펴락하는 권순분 여사.
 네 명이나 되는 자식들이 범인들의 협박 전화에 콧방귀도 뀌지 않는 모습을 지켜보며 급기야 인질극을 지휘하며 불효막심한 자식들에게 물려준 재산 되찾기 작전을 감행한다.

 호기심을 끄는 소재와 사회적 문제의식을 버무린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는 `국민 엄마'로 불리는 나문희의 푸근한 연기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또한 김상진 감독의 오랜 콤비 강성진의 몸 사림 없는 연기와 유해진의 순박한 웃음, 대선배들과의 공연에도 무난히 제 역할을 해내는 유건 등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는 조금은 비약적인 전개에 안정감을 실어준다.

 웃음의 연발로 빠르게 진행되는 초반에 비해 후반부는 기대 이상으로 스펙터클하다. 기차와 헬기, 배, 대규모 병력 등이 동원된 후반부는 놓치지 말아야 할 볼거리.
 웃음의 강도가 다소 약해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교훈, 액션 등 다양한 볼거리를 갖춘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은 추석 시즌 전 연령층이 무난하게 볼 만한 오락영화다.

 1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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