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동창모임에 갔다 왔다는 한 고객은 온통 부동산에 관한 이야기만 듣고 왔다며 하소연을 했다. 아파트를 사고팔며 재산을 제법 모은 친구도 있었고 분양 받은 아파트에 프리미엄이 붙어서 순식간에 1억 원을 벌었다는 친구도 있었다. 그런 이야기를 듣다보니 우직하게 저축만 하면서 살아온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지고 지금부터라도 부동산에 투자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며 자못 진지하게 물어왔다.

 건전한 투자는 경제에 선순환 작용을 일으키며 긍정적인 효과를 유도하지만 무리수를 둔 투기가 만연하면 국가경제에 미치는 악영향 뿐만 아니라 각종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부동산문제는 가계 부실, 내수시장 위축, 물가 상승, 상대적 박탈감 등 각종 사회경제적 불안요소를 심화시키는 것도 모자라 온 국민을 투기광풍으로 휘몰고 있다.

 부동산 역시 투자의 대상이라는 점은 확실하지만 자고 일어나니 1억 원이 올랐다는 식의 시장상황은 분명 비정상적이며 전문가들의 의견이 아니더라도 폭탄돌리기의 형국을 떠올릴 수 있다.

 재무설계의 관점에서 분석하더라도 우리나라 가계의 부동산자산비율이 80% 이상으로 나타나 미국 등 선진국의 부동산자산비율이 40%인 점과 비교하면 기형적인 구조임이 명확하다.

 물론 우리나라의 시장상황과 경제구조가 미국 등 선진국과는 달라 단순히 수치만으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출산율 저하와 맞물린 향후 부동산시장의 장기적인 전망에 주목한다면 폭탄을 짊어질 위험을 감수하느니 합리적인 재무설계로 한 걸음 한 걸음 풍요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보다 현명할 것이다.

 참여정부가 집권 초기부터 부동산문제 만큼은 양보 없이 초강수를 둔 것이 비단 개혁이라는 기치를 유지하기 위한 명분만은 아니다. 부동산문제가 사회양극화와 더불어 대한민국의 발목을 잡고 있는 악성종양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며, 따라서 정권이 바뀌더라도 부동산정책이 쉽게 허술해지지는 못할 것이다. 다만, 기형적인 부동산시장의 거품 붕괴로 10년 동안 장기불황에 허덕인 일본의 사정을 기억한다면 그 전에 자정작용이 일어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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