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베이젼'은 인간이 잠든 사이 신체를 강탈해 정신세계를 변화시키는 정체불명의 물질과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그에 맞서는 주인공(니콜 키드먼 분)의 숨막히는 추격과 대결을 그린 블록버스터 스릴러. `엑스페리먼트'로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독일 감독 올리버 허슈비에겔이 메가폰을 잡아 제작 전부터 화제가 됐다.

 정신과 의사 캐롤 버넬(니콜 키드먼)은 아들 올리버와 함께 산다. 어느 날 질병 통제 전문가인 캐롤의 전 남편이 4년 만에 전화를 걸어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한다. 꺼림칙한 기분으로 아이를 배웅한 캐롤은 주위 사람들이 말수가 없어지고 위험에도 동요하지 않는 등 이상하게 변하는 데 의심을 갖는다. 캐롤의 친구이자 의사인 벤(다니엘 크레이그)은 사람들이 외계생명체 바이러스에 감염돼 겉모습은 그대로인데 정신세계만 변화시키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때 올리버에게서 `아빠가 달라졌다'는 메시지를 받은 캐롤은 아들을 구하기 위해 나선다.

 타액과 음료수를 통해 전이되는 외계 바이러스는 순식간에 언론과 경찰, 정치권 등 인간세상을 지배한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일체의 감정표현이 없어지고, 매사에 시큰둥해진다. 감정이 메말라버린 무표정의 사회는 획일화를 요구한다. 이들은 좀비처럼 달릴 때를 제외하고 관절염을 가진 무표정의 마네킹처럼 걷는다. 들키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감정을 숨기고 무표정하게 있는 것. 캐롤은 생존을 위해 두려움과 절망을 이겨 나간다. 연약한 여자와 아이, 그들을 잡으려는 외계생명체에 감염된 좀비들. 동정심을 유발하던 영화는 중반부를 지나면서 이들의 쫓고 쫓기는 혈투에 초점을 맞춘다.

 잭 피니의 소설 `신체강탈자(Body Snatcher)'를 원작으로 한 `인베이젼'은 돈 시겔과 필립 카우프먼, 아벨 페라라에 의해 각각 `신체강탈자의 침입(1956)', `우주의 침입자(1978)', `보디 에일리언(1993)'라는 제목으로 세 차례 영화화된 후 네 번째 리메이크된 작품이다.

 미국 개봉 당시 다소 뚱한 평가를 받기는 했지만 외계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이 잠든 사이에 흉측한 몰골로 변해가는 모습라든가 무표정한 사람들이 도시를 점령하고 있는 장면은 나름대로 인상적이다.

 2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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