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프랑스 영화가 개봉했다. 무뚝뚝한 시골 아저씨의 결혼 원정기를 그린 `미남이시네요'.
 언뜻 한국 영화 `나의 결혼 원정기'와 많이 닮아 있는 듯 보이지만 이사벨 메르고 감독은 주인공 에메(미셸 블랑)가 엘레나(메디아 마리네스쿠)를 사랑하게 된 뒤 겪는 내면의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프랑스 남부의 시골에서 작은 농장을 운영하는 주인공 에메는 무뚝뚝하고 농사일 밖에 모르는 단순한 중년 남자다. 황당한 감전사로 아내를 잃은 에메는 바쁜 농장일과 쌓여 있는 집안일로 목하 고민 중이다. 농장일과 집안일에 힘겨워 하던 그는 결국 새로운 파트너를 찾기 위해 결혼상담소를 찾아가고, 상담소장은 빠른 구인을 위해서는 루마니아가 최고라며 새로운 파트너를 찾기 위해 루마니아로의 원정을 권한다.

 이웃들에게는 독일에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루마니아행 비행기를 탄 에메. 루마니아에서 만나는 여성들은 국제결혼으로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조건 “미남이시네요”를 연발하고, 에메는 오히려 “당신은 못생겼다”고 말하는 솔직하고 착한 엘레나에게 호감을 갖게 된다.

 프랑스로 함께 돌아온 두 남녀, 에메는 엘레나 덕분에 평화롭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지만 순수하고 열정적인 그녀에게 다가서기엔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때문에 진정 자기를 아내로 맞아줬으면 하는 엘레나의 바람과는 달리 에메는 일정하게 거리를 두고 그녀를 대한다.

 매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주인공 캐릭터가 소개되는 전반부는 매우 유머러스하게 전개되지만 이후 영화는 에메가 사랑을 알게 되면서 조금씩 변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서서히 따뜻한 눈빛과 친절한 말씨를 갖게 되는 에메, 관객은 변해가는 에메를 보며 비로소 진정한 미남을 발견하게 된다.

 작은 농촌 마을이 배경인 만큼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많지 않다. 주인공 에메와 그의 친절하고 소박한 이웃들, 루마니아에서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 낯선 땅으로 온 엘레나와 젖소, 개, 토끼 등이 전부다. 하지만 그들이 만들어 내는 소소한 일상은 쫓기듯 빠르게 살고 있는 관객들에게 느림의 미학을 느끼게 할 만큼 여유롭고 풍요롭다.

 안정된 연출과 프랑스의 국민배우 미셸 블랑의 뛰어난 연기에 힘입은 `미남이시네요'는 세자르 영화제 각본상에 노미네이트 됐으며, 이사벨 메르고는 신인감독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2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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