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영원하다, 다만 상대가 바뀔 뿐. 사랑 그 속에 숨은 잔인한 행복을 말하는 영화 `행복'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허진호 감독의 네 번째 멜로영화 `행복'은 사랑과 행복의 사이쯤에서 파국을 맞는 두 남녀의 이야기를 다룬다. 영수와 은희는 잠깐 동안 뜨거워지지만 결국 남자가 떠난다. 행복은 그렇게 잔인하다. 애초 기대하지 않고 있던 이에게 찾아와선 황폐함만 확인시킨 채.
 순간의 즐거움을 좇는 남자 영수(황정민)는 경영하던 바가 도산하면서 오랜 연인 수연(공효진)에게 차이고, 설상가상 무절제한 생활로 병까지 얻게 된다.

 그는 도망치듯 찾아간 지방 요양원 `희망의 집'에서 8년째 요양원 스탭으로 일하고 있는 은희(임수정)를 만난다. 영수는 중증 폐질환을 앓고 있지만 좀처럼 아픈 티를 내지 않는 은희의 맑고 상냥한 웃음에 끌리고, 그를 다독거리던 은희도 영수를 사랑하게 된다.

 요양원에서, 산책로에서, 극장에서, 중국집에서 함께 밥을 먹고, 손을 잡고, 입을 맞추고, 서로를 끌어안은 후 은희가 먼저 용기를 낸다. “저…우리…같이 살래요? 나중에야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둘은 요양원을 나와 둘만의 보금자리를 꾸리고 행복이 절정에 이른 순간 균열은 찾아온다.

 함께 있는 시간이 더없이 소중한 은희와 어느 순간 삶이 무료해지기 시작한 영수. 언제는 “너 없으면 안될 것 같다”더니 이제는 “너 땜에 미치겠다”고 한다. 그리고 마침내 서울에서 옛 연인 수연이 영수를 찾아온다. 모두가 알지만 인정하기 힘든 그 변화, 그러나 누구의 잘못도, 누구를 탓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몸이 아픈 남녀, 가슴 아픈 이별 등 설정만 놓고 보면 온갖 상투적인 요소로 가득 찬 영화인 듯하다. 하지만 감독은 영수와 은희의 사랑을 감상적으로 미화하지 않는다. 너무나 쉽게 사랑이 변해버린 영수를 통해 관객들의 가슴을 뜨끔하게 만들 뿐이다.

 이처럼 `행복'은 사랑의 단맛과 쓴맛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것만이 사랑이 아니라는 듯, 사랑은 그 자체로도 아름답고 눈부시고 가슴 시리다고 말한다. 특히 억지를 부리지 않고 조급해하지도 않는 라스트 신은 이 영화의 백미.
 또한 관객의 가슴을 저미게 하는 황정민과 임수정의 연기는 어느 한 장면에서도 흠잡을 데 없이 온전하다.

 두 주연배우의 호연과 허진호 감독 특유의 세련되고 섬세한 연출, 감각적인 음악과 아름다운 풍광 등이 어우러진 `행복'은 모처럼 계절을 온몸으로 느끼게 하는 순도 높은 멜로임에 틀림없다. 10월 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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