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금치염류피해
 과거 1960년대의 절대식량부족기를 극복하고 1970년대의 녹색혁명에 의한 주곡자급을 거쳐 1980년대 백색혁명으로 일컬어지는 비닐하우스 시설원예의 발전으로 현재는 사시사철 신선한 채소를 먹을 수 있게 되어 식탁에 올라오는 음식모습만으로는 계절을 알 수 없게 됐다. 이렇듯 풍요한 식탁을 만들어 낸 주인공은 비닐하우스 재배기술은 물론 퇴비증산사업 등 어려운 농사일을 묵묵히 해냈던 우리 농업인과 관계공무원들의 노고 역시 큰 밑거름이 되었겠지만 또한 비료와 농약 없이는 불가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농자재의 역할도 매우 컸다.

 대부분의 우리 토양은 양분 함량이 적고 산성바위인 화강암과 화강편마암이 풍화되어 만들어져 지력이 낮으므로 비료효과가 잘 나타났으며, 또한 봄과 가을에 가뭄이 있기는 하나 강우량이 증발량보다 많아 비료가 다소 많이 들어가도 빗물로 인해 토양 하층으로 씻겨나가므로 작물재배에 크게 문제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강우차단 환경의 시설원예토양에 과잉시비는 염류집적 문제 유발 = 시설재배지는 자연 강우가 차단되어 건조한 인공환경이 되기 때문에 많은 소출을 위해 욕심껏 비료를 사용하면 작물이 먹고 남은 양분이 계속 쌓임으로써(염류집적) 토양에 염류성분(Ca2+, Mg2+, K1+, Na1+, NO31-, HCO31-, SO42-, Cl1- 등)이 과다하게 집적하게 되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토양용액의 삼투압이 증가해 작물뿌리가 물과 양분을 흡수하기 어렵게 돼 생육이 저해되고 심할 경우 작물이 토양에 수분을 뺏기어 고사하게 된다. 또한 토양의 떼알구조가 파괴되고 딱딱한 염류집적층이 형성되는 등 물리성이 악화됨으로써 물과 공기가 땅 속으로 들어가기 어렵고 뿌리발육이 불량하게 되어 작물생육이 저해된다. 이 외에 과잉의 질산염이 작물에 흡수되어 농작물을 연약하게 해 병충해에 약하게 되고, 농산물 품질과 안전성에도 나쁜 영향을 주며, 토양 하층으로 내려가 지하수의 수질을 악화시킬 수 있는 등 여러가지 문제점을 일으키게 되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로 많은 시설원예 토양이 비료와 거름기 많은 퇴비의 과잉사용에 의해 염류가 집적되어 몸살을 앓고 있다.

▲ 축분퇴비 시용량에 비례한 염류집적 증가
 ▶비료 종류가 염류집적에 미치는 영향 = 경기도농업기술원은 시설재배지 토양의 염류집적에 미치는 화학비료와 가축분퇴비의 영향을 과학적으로 구명해냈다. 상추를 4회 연작하면서 비료종류별 처리를 달리해 시험한 결과, 상추의 질소비료 이용률은 축분퇴비가 화학비료(요소)에 비해 7.1~8.6배 낮아 토양에 훨씬 많은 양이 집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대 노희명 교수 연구실과 공동으로 추진한 중질소 추적연구 결과, 요소비료는 질소시용량의 26.5%가 상추에 흡수되었으나, 퇴비의 질소성분은 9.0%만 흡수되었다. 반면에 토양에 남은 양은 요소비료 9.2%에 비해 퇴비는 86.2%로서 퇴비 중의 질소성분이 요소비료에 비해 9.4배나 토양에 잔류해 염농도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염류집적 방지를 위해서는 특히 퇴비사용량을 과학적으로 결정하고 사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염류집적 방지 및 개량 대책 = 경기도농업기술원은 도내 시설재배지 토양의 염류집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연구노력을 기울여 왔으며, 그동안의 연구성과를 토대로 염류집적 방지대책 및 염류집적지 영농기술을 영농활용자료로 만들어 도내 농업기술센터와 영농기술교육을 통해 농가에 기술보급을 해 왔다.

 시설재배지의 염류집적을 예방하는 방법은 결국 작물이 이용할 만큼만 양분을 공급하는 것이다. 그 방법으로는 화학비료와 퇴비 시용량(축분퇴비, 유기질비료는 과거의 퇴비보다 양분함량이 매우 높음)을 토양정밀검정을 통해 과학적으로 결정하고 작물이 필요한 만큼만 시용하는 것이다. 영농을 위한 토양정밀검정은 농업기술원과 농업기술센터에서 무상으로 해 주고 있다.

 이미 염류가 집적된 토양은 농업기술원의 연구결과, 염류농도를 낮추기 위한 방법으로, 심경(50~60cm 깊이갈이)과 탄소함량이 높은 토양미생물 활성자재(톱밥, 왕겨, 팽화왕겨, 볏짚 등 거친유기물)를 적절히 투입하는 기술이 효과가 좋았으며, 선충 등 토양병해충 방제도 가능한 태양열토양소독법도 개발해 농가에 보급함으로써 상추, 배추, 시금치 등 여러 시설채소 작물에서 상당한 소득증대 효과를 거둔 바 있다.

 ▶염류에 강한 작물 무비료 재배 효과적 = 경기도는 임대농이 많아 염류집적지 토양에서 단기적 수익성이 보장되는 경제적이고 실질적인 경종적 방법도 필요하다. 따라서 작물을 계속 생산·판매하면서 동시에 토양염류도 경감시키는 일석이조의 방법으로서, 염류에 강한 채소작물을 구명하고 비료를 주지 않고 재배할 경우의 효과를 연구했다.

 

▲ 요소비료와 퇴비중 질소성분의 토양잔류량
그 결과 생육저해가 나타나는 염농도 기준보다 4배가 높은 토양에서도, 열무가 비교적 잘 자라고 또한 과잉으로 있던 비료성분을 흡수해 염농도를 약 40% 경감시키는 효과가 있으며, 호박도 매우 강한 작물로 밝혀졌다. 이밖에 비교적 강한 작물로는 근대, 무, 오이, 고추 등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미 염류가 집적된 토양에서는 이들 작물을 선택해 비료를 주지 않고 재배하면 작물 생산성도 어느 정도 보장되면서 토양 염류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되겠다.

 이외에 경종적 방법으로 물 조절을 통해 토양염농도를 희석하고 염류성분이 표층으로 올라오지 않게 다소 습하게 관리하는 방법도 있으나, 이 방법은 작물을 연약하게 하고 병 발생을 조장해 안정적 생산을 보장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

 ▶농사기술도 절제의 지혜 필요 = 염류집적 문제는 작물재배상의 불리함은 물론, 지속적 식량생산 토대로서 토양환경과 수질환경을 보전하는 측면에서도 문제점이 심각한 현상이다.

 따라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작물이 필요한 만큼만 양분자재를 투입하는 과학적 영농마인드가 가장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염류집적이 계속 문제가 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비료를 과잉으로 주었을 때 염류가 집적되기 전에는 수량이 증대되어 단기적 소득증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욕심은 결국 얼마 못가서 토양에 염류를 집적시켜 작물재배 자체가 어려워지게 되어 더 큰 손실을 초래한다.

 이와 같은 문제는 마치 사람이 과식을 일삼다 당뇨 등 성인병에 걸리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로서, 농사를 지을 때도 과식하지 않는 마음으로 비료, 퇴비 등 양분자재를 과학적으로 적절하게 절제해 사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 강창성 친환경농업팀장
-염류경감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게 된 동기는.
 ▶경기도 시설재배지의 염농도는 전국 최고수준으로 2004년 조사 시 작물피해기준 2.0 dS/m의 2.1배인 4.2 dS/m로서 2000년의 3.4 dS/m보다 더 높아져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실정한 실정이다. 염류집적 원인은 작물이 필요한 양보다 더 많은 양의 비료성분이 투입되기 때문인데, 선진국 모임인 30개 OECD국가 중에서 우리나라의 질소성분 사용량은 2002~04년에는 240kg/ha으로 네덜란드(229)를 밀어내고 1등을 차지한 이후 현재까지 가장 질소비료를 많이 사용하는 국가로 되어 있으며, 질소성분은 수질오염과 온실가스와 관련된 성분이기 때문에 국제적인 질소 사용량 감축압박이 높아지고 있다.

 -연작지 및 일반재배지의 염류 피해 정도는.
 ▶시설채소는 종류별로 염농도에 견디는 정도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염농도에 의한 작물의 피해정도를 산정한다는 것은 어려우나, 경기도농업기술원 조사에 따르면 경기도의 시설재배지 염농도는 기준치 2.0dS/m를 초과하는 비율은 2000년 58%, 2004년 70%로 염류피해가 높을 것으로 추정이 된다.

 -염류피해 대책과 향후 연구계획은.
 ▶시설재배지의 염류집적 경감에 관한 연구로는 관수, 담수, 심토반전, 심토파쇄와 암거배수, Zeolite 시용, 볏짚과 왕겨의 시용, 유기물 시용과 객토 등이 보고되어 있다. 그러나 농가에서 활용하기 불편하거나 효과가 나타나는데 시간이 필요해 많은 농업인이 적토(積土)에 의한 방법으로 염류를 제거하기도 하는데, 이 방법은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으로 염류를 줄이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토양이 건조하면 물의 표면 이동으로 적토된 하층토의 염류도 동시에 상승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염류집적 시설재배지에서 편리하고 경제적인 방법으로 염류의 요인을 근원적으로 감소시키는 기술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시설재배지 염류집적 원인이 비료와 퇴비 등을 필요 이상으로 사용하는 데에 이유가 있으므로, 토양 상태에 알맞은 토양개량과 양분관리를 실천하는 것이 염류집적 현상을 사전에 예방하고 작물생산성을 높이는 건전한 토양관리기술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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