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은 명실공히 우리나라 최고의 기업이자 일류 글로벌 기업이다. 하지만 명성에 비해 사회적 존경의 정도가 인색해지는 이유는 아무래도 편법증여를 통한 경영권 승계가 무리하게 이뤄지면서 기업 이미지가 나빠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삼성이 그러한 타격을 감수하면서까지 편법증여에 나서는 까닭은 무엇일까. 2003년에 고 신용호 교보생명 회장이 타계하면서 유가족들이 납부한 상속세는 1천338억 원이었고, 2004년 타계한 고 설원량 대한전선 회장의 유가족들은 1천355억 원을 상속세로 납부했다. 또한 얼마 전 신세계가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 짓기 위해 증여한 재산의 증여세는 3천500억여 원에 육박했다. 교보생명과 대한전선, 신세계가 결코 작은 기업이 아니지만 삼성에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고, 삼성의 경영권 승계에 소요될 증여상속세의 천문학적인 규모를 미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증여상속에 관한 문제는 일부 이름 있는 부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부동산이나 유가증권 등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가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음에도 증여세 및 상속세의 공제금액과 과세표준액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상속세는 일괄공제와 배우자공제 등으로 보통 상속재산의 가액이 10억 원을 초과하지 않으면 납부의무가 거의 발생하지 않지만 증여세는 직계 존비속 간에 3천000만 원만 공제되기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자산을 주고받을 경우 막대한 증여세를 납부하게 될 수도 있다.

 얼마 전 상담을 요청한 40대 남자의 경우, 보유하고 있던 토지가 개발지구로 지정돼 엄청난 보상금을 받게 됐다. 보상금 중 일부를 이용해 미성년 자녀 명의로 아파트를 구입했는데 얼마 후 생각지도 않았던 증여세를 납부하게 됐고 억울하다며 하소연하던 일이 있었다. 소득을 증빙할 방법이 없는 미성년자일 경우 증여세를 피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나의 자산이 10억 원에 미치지 못한다고 해서 증여세나 상속세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내가 사망하기까지는 너무나도 긴 시간이 남아 있고 그 동안 나의 자산이 그대로 멈춰 있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증여·상속 계획은 되도록 빨리 시작해 공제범위 내에서 자연스럽게 자산을 이전하는 것이 세금없이 합법적으로 증여·상속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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