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게 살수록 바보취급을 받는 세상, 장진 사단이 예의 그 유쾌한 수다를 들고 돌아왔다.

 장진 감독이 기획, 각본, 제작을 맡고, `박수칠 때 떠나라' 조감독 출신인 신인 라희찬 감독이 연출을 맡은 `바르게 살자'가 18일 개봉한다.

 주연은 `킬러들의 수다'에서 `거룩한 계보'까지 줄곧 장진의 단짝이 돼 온 정재영. 장 감독이 제작으로 물러앉고, 조감독을 감독 데뷔시킨 것이 `웰컴 투 동막골'(감독 박광현)과 유사한 모양새다.

 원작은 사이토 히로스의 소설 `노는 시간은 끝나지 않았다'를 영화화한 하기니와 사다이키 감독의 영화다.

 하지만 장진 감독 특유의 유머 코드가 어디 가랴. “원작의 설정을 따왔을 뿐 한국적인 상황에 맞게 다듬은 것은 장진 감독의 몫, 구체적으로 재미를 주는 부분들은 라희찬 감독의 상상력에서 비롯된 것”이란 게 장진 감독의 설명이다.

 한때는 잘 나가는 강력계 형사이던 정도만은 지나치게 고지식한 성격 탓에 교통순경으로 좌천되고 교통순경이 된 이후에도 새로 부임해온 관할 경찰서장 이승우(손병호)에게 신호위반 딱지를 끊을 정도로 융통성 없는 그의 행실은 전혀 변하지 않는다.

 한편, 한적했던 시골마을 삼포시는 잇따라 발생하는 은행강도 사건으로 인해 전임 경찰서장이 해임되는 흉흉한 분위기 속에서 새 경찰서장이 부임하고 고속승진을 꾀하던 신임 서장은 자신의 입지를 굳히기 위해 `은행강도 모의훈련'이라는 이벤트성 훈련을 실시한다.

 실전과 똑같은 훈련상황을 통해 발 빠른 경찰의 대처능력을 대내·외에 과시함으로써 민심을 사로잡겠다는 야심찬 계획이었다.

 그러나 부임 첫날 서장에게 신호위반 딱지를 끊은 정도만 순경을 훈련의 핵심인 은행강도 역으로 투입하면서 훈련은 차질이 빚어지기 시작한다.

 지나치게 고지식한 정도만이 `진짜처럼 하라'는 서장의 지시를 철석같이 따르면서 어느덧 가상훈련은 실전으로 변해가고, 금세 끝날 줄 알았던 모의훈련은 사망자가 속출하고 특수기동대가 투입되는 등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비화된다.

 설상가상으로 이 같은 상황이 TV를 통해 전국으로 생중계되면서 더 이상 제어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는데….
 이처럼 영화 `바르게 살자'는 교과서처럼 바르게 사는 이가 오히려 손해보고 바보취급을 받는 현실에 대한 패러디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혹자는 이런 점이 장진 코미디의 매력이라고 꼽는데, 심각한 상황에서 예상치 못하게 터지는 엇박자 웃음. 역설과 아이러니, 엉뚱함이 그 것이다.

 보는 이의 배꼽을 빼놓겠다고 작정한 코미디라기보다는 어리둥절 뒤통수를 맞은 듯한 느낌, 혹은 피식피식 실소가 오히려 강한 여운을 남긴다. 연극 무대에서처럼 한 공간에 모여든 인물들은 뻔한 코믹 연기 없이도 관객을 웃긴다.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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