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스스로의 삶을 선택할 수 있다고 믿지만 결국 남는 선택은 늘 하나 뿐이고, 삶은 그걸 받아들이는 과정일 뿐이다. 2007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 수상에 빛나는 수작 `투야의 결혼'이 국내에 선보인다.

 중국 영화의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왕 취엔안 감독의 신작인 이 작품은 중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해외에서 먼저 알려진 중국의 스타배우 위 난이 투야 역으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올 가을 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초청을 받아 화제가 된 이 작품은 많은 영화팬들이 기다려온 최고의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투야는 수십 마리의 양을 몰고, 하루에도 여러 번 수십 킬로를 왔다갔다 하며 물을 길어온다. 아직 어린 두 아이, 그리고 사고로 불구가 된 남편은 투야가 부양해야 할 가족이다.

 그녀에게 필요한 건 현재의 생활을 이어 나갈 수 있게 해 줄 새 남편 뿐. 가족들과의 상의 끝에 그녀는 남편 바터와 이혼하고, 바터와 아이들을 함께 부양해 줄 재혼남을 찾는다.

 살기 위해 이혼하고 살기 위해 새로운 남편을 찾는 투야. 젊고 아름다운 그녀에게 청혼하는 이들이 줄을 잇지만 그녀의 가족까지 책임져 줄 남자를 찾기란 녹록치가 않다.

 결국 그녀는 친구였던 썬거의 고백을 받아들여 재혼을 하게 되지만 당초 `필요에 의한 결혼'은 어느새 사랑의 의미가 더해져 그녀에게 또 다른 의미의 시련을 가져다준다.

 하지만 그녀는 살아갈 것이다. 결혼이라는 제도가 던져주는 삶과 사랑의 아이러니 속에서도 생존을 위해 하루하루를 다시 살아갈 이들이 바로 `투야의 결혼'에서 살아 숨쉬고 있기 때문이다.

 고요하고 광활한 내몽골을 배경으로 투야의 고된 삶을 그려낸 `투야의 결혼'은 아내이기에, 어머니이기에 강인해질 수밖에 없는 투야의 일상을 감정적으로 바라보기 보다는 삶을 이어 나가는 그녀의 일상을 담담하게 그려냈다.

 또한 영화는 중국의 땅이 된 내몽골의 아름다운 풍광 속에 묻어 있는 현대화 바람과 그 속에서 유목민의 생활을 고수하며 살고 있는 그네들의 척박하지만 때 묻지 않은 삶을 현실감 있게 담았다. 한참 동안의 여운을 선물하는 보석 같은 영화. 11월 1일 개봉.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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