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길
  저자 이스마엘 베아. 역자 송은주. 북스코프 출판. 9천800원.
 마약에 찌든 초점 없는 눈빛과 작은 손에 쥐어진 자동소총. 서아프리카 시에라리온의 내전을 다룬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에서의 소년병들의 모습은 실제 아프리카와 아시아 내전 지역 전투에 참여하고 있는 30만 소년병들의 일면이다.

 자전 에세이 `집으로 가는 길'은 평범한 소년 이스마엘이 시에라리온의 소년병으로서 겪어야만 했던 참혹한 이야기들을 고백한 회고록이다.

 랩 음악에 흠뻑 빠져 있던 열두 살 소년 이스마엘은 1993년 1월의 어느 날, 친구들과 이웃 마을 장기자랑에 나가려고 집을 나섰다가 반군에 쫓기게 된다.

 명분도 영문도 알 수 없는 어른들의 전쟁 속에서 부모와 형제를 모두 잃은 이스마엘은 어느새 자기도 모르게 총을 들고 전쟁터를 누비는 소년병이 돼 있었다.

 이후 이스마엘과 친구들은 세상과 인간을 향한 따뜻한 애정과 공감을 배워야 할 `어린 시절'을 피비린내 진동하는 광기의 현장에 모조리 빼앗겨버리고 만다.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참상들을 차분하게, 잊을 수 없는 언어로 묘사하고 있는 이스마엘 베아의 회고록은 전쟁의 참혹함을 전달함과 동시에 그 안에 피어나는 인간애, 소년이 어른이 되기까지의 변화를 풍부한 감성으로 전달한다.

 26살의 청년이 된 저자는 국제구호기구의 도움으로 시에라리온에서 탈출, 현재 국제인권감시기구에서 일하고 있으며, `집으로 가는 길'은 지난 2월 미국에서 출간되자마자 뉴욕타임스 집계 논픽션부문 1위를 차지하는 등 큰 반향을 일으켰다.

 

   
 
숲 사람들
  저자 콜린 M. 턴불. 황소자리 출판. 350쪽. 1만4천500원.
 인류학자 콜린 턴불이 중앙아프리카 열대우림을 누비며 생활을 하는 피그미들과 함께 생활했던 3년간의 경험을 정리한 책이다.

 저자는 세 번에 걸친 탐험을 통해 숲을 사랑하고 필요한 모든 것을 숲에서 얻는 밤부티 피그미족의 삶을 친근하고 생생하게 묘사했다.

 특히 부족 구성원 전체가 동원되는 사냥, 떠돌이 캠프 생활, 사랑과 연애, 고유의 축제 문화, 소년·소녀들의 성년식 등 피그미 `개인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책은 1961년 초판 이후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으며 20세기 인류학의 지형을 획기적으로 넓힌 저서로 평가받았다.

   
 
 마케팅 거장에게 오늘을 묻다
  저자 로라 마주르. 비즈니스 맵 출판. 410쪽. 1만5천 원.
 필립 코틀러, 데이비드 아커, 장 끌로드 라레슈, 존 켈치, 알 리스, 잭 트라우트 등 오늘날 세계경제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마케팅 석학 12인에 대한 인터뷰집이다.

 인터뷰어들은 경제경영분야 중 논란의 여지가 많은 마케팅을 연구하는 이유와 마케팅 연구의 신념, 이론 설정의 배경 등을 거침없이 밝히고 마케팅의 근본적인 문제들에 접근한다. 책은 인터뷰 중간에 등장하는 마케팅과 비즈니스 용어, 관련 인물에 대한 해설을 바로 옆 부분에 곁들였고, 핵심 단락은 원문까지 제시해 석학들의 사상과 철학을 좀 더 생생히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석학으로서의 삶'을 주제로 그들 삶의 진화과정을 살펴보고,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의 경영 해답도 자연스럽게 찾아볼 수 있다.

 

   
 
조선 기담
  저자 이한. 청아출판. 315쪽. 1만2천 원.
 태평성대로 알려진 세종 때에는 한성의 5분의 1이 불타버리는 대화재가 발생했고 개혁군주로 알려진 정조는 사실 고리타분한 성격을 지녔으며, 성종은 후추를 재배하기 위해 후추씨 구매 원정단을 만들기도 했다.

 `조선 기담'은 조선왕조실록에서 찾아낸 뜻밖의 사건들을 흥미롭게 재구성한 책이다.

 저자는 장기 절도사건, 사이비종교의 창궐, 성추행범 등 현대에 벌어지는 일들과 다를 바 없는 온갖 기묘한 사건들을 통해 조선사회의 이면을 파헤친다.

 실록에 수록된 자료들을 그대로 옮겨 정확성을 더했으며 나라를 뒤흔든 엽기적인 사건들을 생생하게 재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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