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너무 따분하거나 혹은 너무 여유가 없거나. 가끔은 가볍고 경쾌한 영화에 마음을 빼앗겨보는 것은 어떨까?
 일본의 인기 작가 이사카 고타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명랑한 갱이 지구를 움직인다'가 8일 개봉했다.

 제목부터 범상치 않은 이 영화는 의식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의 거짓말을 간파해 버리는 남자 나루세(오오사와 타카오), 0.1초 단위까지 정확하게 시간을 잴 수 있는 체내 시계를 지닌 여자 유키코(스즈키 교카), 입만 열면 청산유수의 말도 안되는 논리가 쏟아져 나오는 연설의 달인 쿄노(사토 코이치), 태어날 때부터 천부적인 능력을 타고난 젊은 소매치기 쿠온(마츠다 쇼타) 등 특별한 능력을 지닌 4명의 남녀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실생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능력을 가진 이들은 `명랑한 갱단'을 결성해 완전범죄를 꿈꾸는 것으로 유쾌한 스타트를 시작한다.

 마침내 각자의 능력을 십분 활용해 은행털이에 성공한 그들, 하지만 또 다른 강도에 의해 모든 현금을 강탈당하고마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빠진다. 내부의 배신자나 계획 누설 등의 가설에만 몰입하던 이들은 곧 이 모두를 역전시킬 트릭을 구상하며 2차 완전범죄의 수순에 돌입하기에 이른다.

 영화는 일본 영화 특유의 독특한 상황 설정을 이용해 시종일관 유쾌하게 흘러간다. `인생은 주구장창 달리는 게 짱이야'라는 말처럼 그들의 게임은 활기찬 기운이 넘쳐나고 캐릭터들의 제스처와 표정, 말투 하나 하나가 판타지적인 느낌을 자극한다.

 현실과는 동떨어진 영상에 유치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지만 가만히 지켜보다 보면 독특한 캐릭터들이 나름의 룰을 가지고 급조된 팀워크를 가동하는 것에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여기에 그 유치함이 더욱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범죄와 코미디가 조화를 이루고, 은행강도를 소재로 한 영화답게 트릭과 배신자, 그리고 액션이 심심찮게 등장하기도 한다.

 보통 이런 종류의 일본영화는 외면 받기 쉽상인데 `명랑한 갱단'은 상식을 뛰어넘는 코미디 속에서도 세련되고 감각을 잃지 않는 음악과 영상미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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