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
 

   
 
저자 조경란. 문학동네. 347쪽. 1만1천 원.
 추억은 늘 머리가 아닌 몸이 먼저 기억한다. 따뜻한 밥 냄새에 따라오는 어린 시절의 기억, 독특한 허브향의 이탈리안 요리에 뒤따라오는 첫사랑의 추억처럼.
 서른세 살 지원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요리사다. 요리클래스를 운영하던 그가 자기 일터의 문을 닫는 것으로 소설은 시작한다. 바로 사랑이 끝났을 때였다.

 7년간 사귀던 애인 석주가 자신의 쿠킹 클래스에서 요리를 배우던 젊고 도발적인 전직 모델 이세연과 사랑에 빠져 그녀를 떠난다. 간절히 원하면 다시 돌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지원은 한때 석주와 지원의 꿈이었던 새 집과 쿠킹 클래스를 완성한 석주와 세연의 행복한 사진을 보며, 이제 멈춰야 할 때임을 깨닫는다. `땅에서 곧장 솟아오르는' 송로버섯과도 같을 줄 알았던 사랑은 끝난 것이다.

 지원은 모든 것이 갖춰진 키친에서 잘 벼려진 칼로 마지막 요리를 준비한다. 단 한 사람을 위한, `혀를 녹여버릴 만큼 맛있는' 단 하나의 요리를.
 조경란의 6년 만의 소설 `혀'는 관능적이다. 요리와 사랑이 동격인 주인공을 앞세운 그는 식욕과 성욕의 이미지를 중첩시킨 문장(`그의 잘 말린 자두처럼 쭈글쭈글한 음낭' `포도주에 절인 복숭아같이 둥글고 붉은 빛이 도는 그녀 엉덩이' 등)들과 속도감 있는 서사로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특히 지원이 석주와 헤어지던 1월에 시작해 그를 위한 치명적인 혀 요리를 만드는 7월까지 등장하는 레시피와 요리는 인간의 원초적 욕망과 사랑을 감각적으로 담아냈다.

 석주와의 만남을 회상하는 1월의 장면에 나오는 요리는 로스트비프와 구운 아스파라거스, 2월은 어린 시금치 뿌리를 올린 오리 가슴살 구이, 5월에는 푸아그라 요리가 등장한다. 마지막 소설의 대미를 장식하는 7월의 혀 요리는 서늘하고 또한 치명적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어본 사람이라면, 사랑하는 이를 위해 더운밥을 지어본 사람이라면, `혀'를 읽는 동안 몸이 기억하고 있는 어느 날의 추억에 온몸이 간질간질해지는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행복하기에도 여자의 인생은 짧다
  저자 김혜영. 밀리언하우스. 239쪽. 1만2천 원.
 `한국의 마사 스튜어트', `살림의 여왕'으로 불리는 방송인 김혜영의 두 번째 저서. 저자는 책을 통해 자신의 일과 재테크, 자녀교육, 참살이 먹거리 등 살림 비결을 공개한다.

 첫 장에서는 `행복을 부르는 수다의 법칙', `시어머니의 친딸로 다시 태어나기' 등 `동네 아줌마'로 살며 가정에서 원만한 인간관계를 만들어가는 요령을 담았으며, 두 번째 장에서는 `직장 동료는 제2의 가족' 등 성공적인 직장생활을 위한 노하우를 전달한다.

 또 세 번째 장에서는 가난과 빚에 떠밀려 시작한 방송생활을 통해 느낀 돈의 소중함과 재테크의 비법을 공개한다. 이밖에도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자녀교육 노하우와 살림솜씨 등은 혼자만 알고 있기에는 아까울 정도.

 

   
 
천 개의 찬란한 태양
  저자 할레드 호세이니. 현대문학. 574쪽. 1만3천500원.
 아프가니스탄에 남겨진 여성들의 삶.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작가 할레드 호세이니의 작품으로 절망의 끝에서 희망을 피워낸 두 여자가 만들어내는 인간드라마를 탄탄한 구성과 흡입력 강한 문체로 그려낸다.

 전란의 소용돌이에 남겨진 두 여자, 마리암과 라일라. 한 남자의 아내들로 만나게 된 두 여자는 어쩌면 불가능할 듯도 싶은 연대를 만들어간다. 가난과 차별, 그리고 끊임없는 폭력과 생명의 위협 속에서도 서로에 대한 믿음과 희생으로 희망을 가꿔가는 그들의 이야기가 눈물겹게 펼쳐진다.

 백그라운드 브리핑
 저자 김종혁. 중앙북스. 332쪽. 1만 원.
 

   
 
현직 기자가 쓴 정치 추리소설. 중앙일보 법조·국회·청와대 출입 기자, 워싱턴 특파원 등을 거쳐 현재 사회부분 부에디터로 근무하고 있는 저자는 연쇄살인 사건을 추적하던 기자들이 거대한 정치적 음모의 실체를 발견해 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흥미로운 스토리와 빠른 전개, 군더더기가 없는 간결한 필체는 긴박감을 더하고 특히 저자가 20년 가까이 사회부, 정치부 기자로 활동하며 겪은 살인사건 현장, 경찰과 기자 간 기 싸움, 대통령 비서실 풍경을 생생하게 묘사해 현실감을 더했다. 한국 정치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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