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도 쌀쌀하니 진한 커피처럼 따뜻한 영화가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너무 외로워 강해진 아이와 희망조차 가질 수 없는 여자가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인연을 만들어가는 영화, `열한번째 엄마'가 오는 29일 개봉한다.

 2005년 봄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 공모전 당선작인 `열한번째 엄마'는 김진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김혜수와 아역 배우 김영찬이 열연한 작품이다. 저예산 영화임에도 불구, 김혜수, 황정민 등 특급배우들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았다.

 우유 배달과 전단지를 붙이는 생활을 하는 초등학생 재수(김영찬)는 밥도 혼자 지어먹고 집을 지키며 알뜰살뜰 살아가는 애늙은이다. 새엄마를 데려오는 아버지(류승룡)는 매일 게임방에서 살고 아들 재수를 화풀이 하듯 때리기 일쑤다.

 소년에겐 계절마다 스쳐 지나간 엄마가 많다. 옆집 백수형(황정민)이 너한테 가장 좋은 엄마는 어떤 엄마냐고 물으면 “어디 안 가고 완전 끝까지 딱 붙어 있는 엄마”라고 말할 정도다.

 또 엄마(김혜수)가 왔다. 무려 11번째 엄마다. 새로 온 엄마는 까치집 폭탄머리에 입엔 `지랄, C8'를 달고 산다. 할일이 없어 화장을 하고 먹기도 많이 먹는다. 더욱이 소년이 모아놓은 식권으로 떡볶이, 순대를 사먹는 양심불량 여자다.

 재수와 11번째 엄마는 먹을 것을 놓고 싸우는 동안 정이 들고 만다. 서로가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들이라며 마음을 연 이들은 어느 순간 진짜 엄마와 아들이 돼 밥상 앞에서 다정하다. 그러나 행복함도 잠시, 느닷없는 이별이 찾아온다.

 영화에서 주목해 봐야 할 것은 김혜수의 파격변신. 술집에서 몸이 망가질 대로 망가진 막장인생을 연기하기 위해 시종일관 화장기 없고 창백한 얼굴로 등장해 연기변신을 선보인다.

 또한 후반부 여자와 소년의 가슴 찡한 사연과 두 배우의 눈물연기는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김진성 감독은 “기본적인 큰 틀에서 보면 신파 영화지만 신파답지 않게 쿨하게 찍어서 더 설득력을 가진다”면서 “우리 영화를 보면서 많은 절망에 빠진 사람들이 희망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관객들이 `신파'에서 기대하는 것은 억지로 짜내는 울음이 아닌 가슴을 뻐근하게 만드는 감동이다. 최근 공개한 예고편만 보고도 눈물을 흘린 이들이 있다니 기대해 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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