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학전의 록뮤지컬 「지하철 1호선」이 홍콩에 정차했다.

그간 국내는 물론 원산지인 독일과 일본, 중국 등지에서 현지 언론.관객들의 호평 속에 운행해온 「지하철 1호선」이 지난 6일 오후 7시 30분(현지시간) 홍콩공연 예술아카데미(APA. Academy for Performing Arts) 내 리릭시어터(1천여석 규모)에서 막을 올렸다.

지난달 15일 개막한 제31회 홍콩아츠페스티벌의 초청작 자격이다.

홍콩아츠페스티벌은 관객수와 수준에서 아시아권에서 첫 손가락에 꼽히는 공연축제. 동양과 서양을 잇는 지정학적 위치에 힘입어 동서양 예술교류의 창구 역할을하고 있다. 또 아트마켓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는 축제다.

올해에도 참가단체들을 보면 면면이 화려하다. 슈투트가르트 오페라, 쿠르트 마주어의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 피아니스트 윤디 리, 존 뉴마이어의 독일 함부르크 발레단 등.

또 곧 국내에 들어올 공연도 눈에 띈다. 로베르 르파주의 「달의 저편」, 소시에타스 라파엘로 산지오 극단의 「창세기」 등. 「지하철 1호선」은 올해 초청된 18편의 외국 작품 중 유일한 아시아산(産).

이날 공연은 개막 전 이미 3회(6-8일)분 입장권이 모두 팔려 객석이 꽉 찬 상태에서 열렸다. 관객들은 서울이라는 도시의 어둡고도 훈훈한 이면을 풍자의 화법으로 그린 이 작품에 다소 낯설어하면서도 아낌 없는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또 공연장에선 최근 홍콩에 불고 있는 한류(韓流) 열풍을 반영하듯 젊은 관객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이 때문에 공연 대사 중 '조용필과 최진실'은 이곳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안재욱과 보아'로 바뀌어 자막으로 나갔다.

대학생 조셉 캄(19)군은 "한국말을 몰라 다 이해하지는 못했다. 또 서울 지하철의 풍경은 홍콩의 그것과는 많이 다른 것 같다. 그러나 배우의 노래와 연기력, 영상을 활용한 무대 등이 매우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공연에는 홍콩 거주 한국인들이 많이 찾아와 김대중 대통령의 성대모사 장면 등에서는 객석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홍콩한인여성회는 공연 전 공연을 축하하는 간단한 자선모금 파티를 열기도 했다.

그간 홍콩아츠페스티벌에 초청받은 국내 작품은 소리꾼 임진택씨의 판소리 「오적」(97년)이 유일했다. 다른 외국단체의 단원이나 협연자 자격으로는 무용가 안은미,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와 김지연, 첼리스트 장한나 등이 참가했었다.

극단 학전은 이번 축제 참가가 작품의 완성도에 대한 국제적 공인을 의미한다는점, 또 이 축제가 아트마켓 구실을 한다는 점에서 향후 성과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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