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중년 남성들의 감성을 자극할 이색적인 공연이 마련된다.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정혜신 정신건강센터 원장)씨가 21-30일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마련하는 「정혜신의 감성 콘서트-남자들」.

남성심리 전문가로 이름을 날리며 기업체 등에서 남성 대상 강연도 자주 하는 정씨가 이번에는 아예 무대로 자리를 옮긴 것.

"기업체 등에서 8년 전부터 중년남성을 대상으로 워크숍과 강의를 해왔는데 하다보니 단선적이란 느낌이 들었다. 어떤 정신과적 지식이 아니라 느낌을 충분히 공유하고 깨달아야 사람이 변한다는 생각에 더 입체적인 '무대'를 택했다"

공연계에서는 아예 제쳐두는 40대 남성관객을 타깃으로 했다는 점에서도 특이하다.

"남자에게 40대는 정신의학적으로 의미 있는 시기입니다. 그 전까지는 일, 승진,가정 등 의식적인 레벨의 삶이 중요하지만 이 시기를 전후해 무의식이 끼어들지요.TV를 보다 눈물을 흘린다든지, 일에서 인정 받는 사람이 회의를 느낀다든지 합니다"

정씨는 이 시기 남성들이 표면적으론 흔들리는 듯하지만 그 흔들림이 자신을 자각하게 되는 큰 전환점이 된다고 말한다. 이 때에 많이 흔들려본 사람들이 그 시기를 지나면 매력적이 되고, 반대의 경우 융통성 없는 사람이 되기 쉽다는 것.

"외적인 관심이 내적인 관심으로 옮겨가는 시기죠. 무의식적인 에너지가 충전됩니다. 가장 역동적이고 모든 것에 열려 있는 시기죠. 이 때 내적인 자각, 눈뜸을 경험하지 못하면 청년기적인 목표, 즉 도전의 목표가 분명한 사람으로만 남는 거죠"

이는 이론적으로도, 임상적으로도 확인된 사실이란다.

공연은 연극, 뮤지컬, 강연 등을 모두 합친 형태다. 이를테면 정씨가 직접 피아노를 치며 노래도 부를 예정. 고 김광석의 노래인데 정씨는 그의 노래가 "남자의 내면을 설명하는 한 코드"라고 설명한다.

"김광석의 노래는 남자들 감성의 원형과 본질에 맞닿아 있죠. 애수와 쓸쓸함,그러면서도 감정에 휘감기지는 않고 약간은 거리가 느껴지는 음색과 노래가 남자들을 끄는 겁니다"

공연 내용은 '남자에게 충성.의리는 무엇인가' '남자의 섹스에 대한 환상과 속설' '남자에게 일이란 무엇인가' '남자를 고통스럽게 하는 것들' 등으로 꾸며진다.강의 형식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들이 모두 뒤섞여 진행될 예정.

이런 이유들로 이번 공연에 '교감극'(交感劇) '정신의학적 퍼포먼스'라는 이채로운 장르명을 붙였다.

스태프도 화려하다. 극단 미추 대표 손진책이 연출을, 윤정섭.김태근이 무대와 음향감독을 맡았다.

정씨는 "30대 중반에서 50대 중반까지의 남성 중 80%가 이런 내면의 욕구를 경험하는데 우리 나라 남자들은 대개 모른 채 지나친다. 이 때가 삶의 활력과 생기를 되찾고 자신을 새롭게 규정할 수 있는 시기임을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공연시간 월-금요일 오후 7시 30분, 토요일 오후 3시.7시 30분, 일요일 오후 2시. 3만5천-5만원. ☎ 515-9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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