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르제뜨 이야기
 

   
 
저자 질 파리. 열림원. 409쪽. 1만2천 원.
 호박덩이라는 뜻의 `꾸르제뜨'라고 불리는 9살짜리 소년이 엄마와 함께 살고 있다.

 사고를 당한 이후로 엄마는 공장에 일하러 나가지 않고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텔레비전만 보면서 맥주를 마신다. 학교에서는 아무것도 배우지 않고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서 노는 아들에게 엄마는 전혀 관심도 없다. 게다가 엄마는 툭하면 하늘을 빗대어 신세타령을 해댄다. 그래서 결국 아이는 하늘을 향해 총을 겨눈다. 이제 겨우 아홉 살배기가 저지른 이 맹랑한 거사는, 이후 아이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는다.

 친족살해 죄명으로 남들이 `감옥'이라 부르는 곳에 가게 된 꾸르제뜨, 하지만 그곳은 아이에게 되레 천국이다. 생전 처음 사랑으로 돌봐주는 어른들을 만나고, 친구들을 사귄다. 보기만 해도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첫사랑 소녀 카미유가 나타난 뒤엔 엄마가 죽고 여기 온 게 다행이다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마약 과다 복용으로 죽은 부모, 엄마를 살해한 뒤 자살한 아빠, 재가한 뒤 코빼기도 비치지 않는 엄마와 은행을 털다 감옥에 간 아빠…. 저마다 아픈 상처를 가진 아이들은 서로를 돌보고 아끼며 형제·자매보다 진한 정을 쌓아나간다. 꾸르제뜨는 이제 더 이상 하늘을 죽이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지상에서 더 큰 걸 발견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실제 프랑스에 있는 감화원(문제아동 수용기관)을 오랫동안 드나들며 책을 구상하고 집필했다. 아이들의 말투와 생각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문체는 자칫 칙칙하게 흐를 수 있는 분위기를 유쾌하고 명랑한 분위기로 바꿔 놓았다.

 

   
 
또한 `꾸르제뜨 이야기'는 분명 아홉 살 난 슬픈 아이의 성장소설인데도 불구, 어른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저자는 천진한 아이들의 입을 빌려 `다 자란 행세를 하지만 아이들보다 훨씬 더 어리석은 짓을 저지르는' 어른들을 한없이 부끄럽게 만들기 때문이다.

 유쾌함을 자아내 배꼽을 잡게 하다가도 불현듯 딱한 마음에 코끝을 찡하게 만드는 이야기는 오랜만에 만난 지인에게서 느껴지는 반가움과 아련함을 가져다준다.

 제53회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
  저자 김경욱 외. 현대문학 출판. 362쪽. 1만 원.
 올해 제53회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과 시집이 출간됐다. 소설집에는 소설부문 수상작인 김경욱 씨의 `99%'와 수상작가 선정작 `당신의 수상한 근황'을 비롯해 김미월의 `현기증', 김애란의 `네모난 자리들', 박형서의 `열한 시 방향으로 곧게 뻗은 구 미터가량의 파란 점선' 등의 수상후보작 6편, 역대 수상작가 최근작 등이 실렸다.

 

   
 
수상작인 `99%'는 보이는 것과 본질적인 것, 그리고 그 둘 사이를 연결하는 인간의 사고에 대한 흥미로운 관찰이 가득하다.

 SERI 전망 2008
  저자 홍순영. 삼성경제연구소. 388쪽. 1만5천 원.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매년 발간하는 한국경제와 세계경제 보고서. 삼성경제연구소의 각 분야 전문가들이 2008년 한국의 경제, 산업, 기업, 사회의 핵심 이슈를 도출하고 구조적 변화의 트렌드를 제시한다.

 단순히 경제지표나 표면적 현상만을 나열한 전망서가 아니라, 발상의 전환을 통해 미래의 방향을 제대로 파악하고 실천적 대안까지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리틀조이의 세상에 하나뿐인 선물
  저자 야나가와 시게루. 예꿈 출판. 9천 원.
 

   
 
TV 애니메이션 `이상한 나라의 폴'의 기획자, `터치', `아기와 나'의 각본을 쓴 야나가와 시게루와 일본의 대표적인 그림 작가 카와이 노아가 전하는 따뜻한 그림동화.
 부모님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사히 전달하려는 리틀 조이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애니메이션 시나리오 작가 출신답게 유머 넘치는 이야기와 속도감 있는 글의 전개가 돋보인다.

 여기에 작은 것까지 세세하게 그려 넣은 섬세한 그림은 아이들의 눈을 붙잡아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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