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크리스마스를 꿈꾸는 이들에게 꼭 맞는 영화, `크리스마스에 기적을 만날 확률'이 오는 13일 관객을 찾는다.

 `퍼펙트 블루', `천년여우'로 주목받은 곤 사토시 감독의 세 번째 장편애니메이션인 이번 작품은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었던 전작들과 달리 무던하고 따뜻한 감성이 묻어나는 작품이다.

 도박으로 전 재산을 탕진하고 집을 나온 가장 `긴', 성적 정체성이 혼란스러운 남자 `하나', 아버지를 칼로 찌르고 도망쳐 나온 십대 소녀 `미유키'. 골판지로 만든 집에서 살아가는 세 노숙자는 크리스마스에 쓰레기를 뒤지다 버려진 갓난아기(키요코)를 발견한다.

 아이를 하늘이 보내준 선물이라고 주장하는 하나의 고집으로 긴과 미유키는 마지못해 친부모를 찾는 여정에 동참하고, 꼬여가는 사건 속에서 외면해온 각자의 과거와 마주하게 된다.

 노숙자들의 삶을 비추며 무겁게 시작된 영화는 점점 흥미진진한 모험극으로 바뀌어가는 동시에 이들의 뒤엉켜있던 삶도 차츰 제자리를 찾는다.

 

   
 
긴은 그토록 그리워하던 딸을 만나 용서를 구하고, 하나는 자신을 보듬어 주던 호모 클럽에 다시 발을 들인다. 미유키 역시 아버지에게 사죄하고 화해한다. 그렇게 키요코와의 만남은 뒤엉켜있던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가며 마치 기적과 같은 행복을 선사한다.

 어른들의 동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곤 사토시 감독의 말대로 영화는 성인들에게 호소력 있는 현실기반 판타지를 지녔다. 여기에 조금은 엉뚱한 유머감각은 관객을 서서히 중독시키는 매력까지 발산한다. 이 같은 장점들은 전작들을 통해 할리우드에서 인정받은 곤 사토시 감독의 탄탄한 연출력에 바탕을 두고 있다.

 여기서 팁 하나. 크리스마스에 벌어지는 기적을 그리는 영화인 만큼 `12월 25일'이라는 날짜가 곳곳에 등장한다. 아기가 담긴 바구니에서 발견된 열쇠번호나 주인공들이 타는 택시의 번호, 신문광고에 난 주소에 적힌 `1225'를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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