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유병 경기도의원(한나라당·수원)

 현대 사회에서 스포츠가 갖는 위상은 체육이란 특정영역을 넘어서 사회적인 아이콘이 된 지 오래다.

 세계 최강국 미국이 왜 스포츠에 열광하는가?
 아니 미국민을 열광시키는 분야가 스포츠 이외에 또 어떤 것들이 있는지 견주기조차 쉽지 않다. 전세계 200여 국가의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된 미국사회에서 스포츠는 국민을 하나로 묶는 매개체다. 뉴욕양키즈의 홈경기가 전경기 매진이라는 사실은 더 이상 뉴스거리가 되지도 못한다.

 그런가 하면 유럽은 온통 축구로 시작해 축구로 날이 새는 느낌이다.

 유럽에서 축구는 하나의 종교다. 훌리건은 특정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범 유럽적인 문제가 된 지 오래다.

 바르셀로나FC의 홈경기장은 총 4만6천 석의 좌석 중 게임마다 판매되는 입장권은 2천여 장에 불과하다. 나머지 4만4천여 석은 매년 초 연간좌석 판매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열기라 하겠다.

 이제 스포츠는 세계를 연결하는 새로운 실크로드이고 스포츠 강국은 그 자체로 세계의 강국이다.

 교역량 기준 세계 11위의 한국은 매번 올림픽에서 10위권 안팎의 성적을 기록해 왔다. 서울올림픽 당시 세계 4위를 정점으로 한국의 스포츠는 매번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2002년 월드컵에서 4강신화는 전설이 되었다. 또 당시 전국을 뒤덮었던 수백만 명에 이르는 거리응원 인파는 세계인에게 놀라움을 넘어 감동으로 다가갔다.

 최근에는 고교생인 수영의 박태환과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가 연이어 세계를 제패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것은 ‘한국의 스포츠가 지금처럼 세계 강국의 위치를 점하려면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하는가’일 것이다.

 한국의 엘리트 스포츠는 옛 동독이 엘리트 체육머신을 양산하던 시스템을 떠올리게 한다.

 체육꿈나무를 길러내는 우리의 학원스포츠에 대한 조사를 보면 지난 2005년 말 초·중·고·대학 선수는 약 10만 명. 이 중 74%는 오후 수업을 아예 듣지 않거나 1시간만 듣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업의 특성상 수업 1시간을 빠지면 다음 수업을 따라가기 어렵다.

 그리고는 오전, 오후, 야간까지 3~4차례 훈련에다, 방학 때 집중합숙 등 ‘운동기계’로 훈육된다.

 수학여행 같은 장밋빛 즐거운 추억은 우리나라 학생 운동선수들에게는 남의 이야기일 뿐이다. 학생 운동선수의 68%는 합숙소나 기숙사에서 1년 내내 공동생활을 하면서 수학여행조차 못가고 일반학생들과는 전혀 다른 세상을 경험한다.

 엘리트 체육의 폐해는 여기에 있다. 모두가 최고가 되지 못하지만, 하나의 최고를 위해 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고가 되지 못한 선수들은 학교생활 내내 공부 대신 운동만 하고 제대로 친구도 사귀지 못한 상황에서 엘리트체육인 한 명을 위한 들러리였던 셈이 된다.

  이제 우리도 제도적으로 연중 훈련만 하는 운동선수만이 아니라 클럽스포츠 출신도 재능 있는 학생은 누구나 엘리트 선수로 참여할 수 있는 스포츠 선진국형으로 전환돼야 한다. 이를 효과적으로 수행해나가기 위해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협의회 간 통합 문제도 조속히 해결돼야 한다.

 예산과 학교체육시설물을 엘리트 운동선수들이 독점하는 병폐도 개선돼야 한다. 궁극적으로 사회체육을 활성화해 학교체육이 아닌 클럽위주의 엘리트 체육인 양성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학생들은 책도 읽고 운동도 하고 학창시절의 아름다운 추억도 만들어야 한다. 그들은 선수 이전에 이 세상의 많은 것들을 배워야만 하는 학생이요, 우리들의 미래요, 꿈나무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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