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저녁 홍콩 공연예술아카데미(Academy for Performing Arts) 내 리릭시어터에서는 극단 학전의 록뮤지컬 「지하철 1호선」공연 후 '관객과의 대화'(Meet the Artists) 행사가 열렸다.

기자 등을 포함한 관객과 연출자가 만나 작품에 관해 대화를 나누는 자리였다.

이 자리엔 특히 이 작품의 원작자인 폴커 루드비히씨도 함께했다. 홍콩 공연을 보기 위해 독일에서 날아온 것.

루드비히는 먼저 "학전의 「지하철 1호선」은 똑같은 바탕에서 시작했지만 완전히 새롭고 독창적인 작품으로 나를 대단히 매혹시켰다"며 "만족을 모르고 작품을 계속 고쳐온 김민기씨와 훌륭한 배우, 젊은 음악인들에게 찬사를 보낸다"고 소개했다.

이에 김씨는 "홍콩아츠페스티벌에서 공연을 하게 돼 영광"이라며 "사실 94년 뮤지컬 공부를 위해 공연을 시작했고, 공부하는 과정이었으니 계속 고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선생님(루드비히를 지칭)과 함께 있으니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지금껏 1천800회 이상 공연했는데 한국과 달리 여기 대극장에 적응하느라 힘들었다. 또 한국에선 이 작품을 코미디로 받아들이는데 외국 관객들은 심각하게 본다. 한국에선 한국어의 뉘앙스 때문에 30초마다 폭소가 터지는데 외국에선 대단한 정치풍자극으로 오해되기도 한다"고 외국 공연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다음은 객석과 오간 질문과 대답.

--작품이 생동감 있고 코믹하지만 정치적으로 도전적이라고 보는데, 정말 코미디만으로 받아들여지길 원하는가. 왜 둘을 모두 택하지 않는가.

▲한국에서 처음 작품을 시작할 때 웃다가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역설적인 두가지가 공존하도록 시도했다. 그뿐이다.

--작품에 한국의 역사가 많이 나오는 것 같은데.

▲외국인에게는 역사로 보일지 모르지만 한국인에게는 생활이다. 덧붙이자면 매스미디어는 사회의 환한 쪽만 다루는데 그와 등가로 그늘진 모습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서 다뤘다.

--1천800회나 공연하면서 어떻게 매번 새롭게 했는가?

▲크게는 3번 정도 개작했다. 94년 초연 때는 극중 '안경'이 진짜 운동권 학생이었다. 그러나 이듬해 공연에서 가짜 운동권으로 바꿨다. 거기에는 한국 사회에서 매우 의미가 큰 90년대의 변화가 있다.

이 시기 군사정권이 민간정권으로 바뀌면서 인텔리 등에게 명백했던 공격목표가 사라지며 이들이 10여년간 정신적 공황을 겪게 된다. 잘은 몰라도 독일에서도 60년대 그런 일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또 이때 한국민에게 가장 놀라웠던 게 우루과이라운드(UR)였는데 그게 결국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로 이어졌다.

그런 과정을 겪으며 여러 번 개작했는데 이제 더 고칠 생각이 없다. 그 10년이 한국사에서 유의미한 시간이었기 때문에 기록으로 남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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