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슬픔을 다룬 잔혹동화, `헨젤과 그레텔'이 27일 개봉했다.

 생존본능과 폐쇄공포, 살인의 상황 등 여러 모로 잔인한 동화 `헨젤과 그레텔'을 스크린에 옮긴 건 `남극일기'의 임필성 감독이다. 영화는 가난과 사랑에 굶주리며 숲 속을 헤맨 두 남매의 이야기를 길을 잃은 어른들을 기다리는 세 아이의 이야기로 바꿨다.

 은수(천정명)는 어릴 적 떠나간 엄마를 만나러가는 길에 차 사고를 당한다. 깊은 밤, 숲에서 정신을 차린 은수의 눈앞에 예쁜 소녀 영희(심은경)가 나타난다.

 뭔가에 홀리듯 영희를 따라 도착한 곳은 `즐거운 아이들의 집'. 동화책에 나오듯, 장난감과 과자로 가득한 집이다. 영희와 오빠 만복(은원재), 막내 꼬마 정순(진지희), 세 아이가 사는 집에서 밤을 보낸 은수는 다음날 뭔가 이상함을 느낀다. 그림책에서 빠져나온 듯한 집은 장난감과 과자로 가득 찬 아이들의 천국이지만 전화는 불통이고 숲은 아무리 헤매도 출구를 찾을 수 없다.

 바깥 왕래가 없는데도 늘 풍성한 식탁, 다락에서 흘러나오는 기이한 울음소리, 아이들이 알려준 대로 가 봐도 미로처럼 제자리로 돌아오는 숲. 설명할 수 없는 일들 속에 은수는 아이들에게 비밀이 있음을 감지한다. 아이들을 무서워하던 엄마, 아빠는 설상가상 메모 한 장 남긴 채 사라지고, 아이들은 석연찮은 변명만 늘어놓는다. 며칠 후, 탐욕스런 변 집사(박희순) 등 못된 어른들이 거미줄에 불나방 걸리듯 하나 둘 숲 속 집에 끌려 들어온다.

 영화는 그 동안의 한국 영화에서 발견할 수 없었던 새로움을 지닌다. 성장을 멈춘 유년(幼年)의 복수라는 이색적 소재와 함께 과자로 만든 집으로 상징되는 세트 미술의 아름다움은 더없이 매력적이다.

 여기에 `올드보이', `달콤한 인생', `괴물'의 공간을 창조했던 류성희 프로덕션 디자이너와 `음란서생', `달콤한 인생'의 김지용 촬영감독이 만들어 낸 장면 하나하나는 동화 속 삽화같이 신비롭고 환상적이다.

 화면 곳곳에 몽환적인 분위기가 곳곳에 넘쳐나는데, 예쁜 가구와 소품들엔 어딘지 오싹한 기운이 감돈다. 눈이 돌아가 있는 토끼 인형, 기괴하고 화려한 벽지, TV에서 나오는 기괴한 만화 등 공포를 키우는 요소들은 섬뜩하다가도 왠지 서글퍼진다.

 메가폰을 잡은 임필성 감독의 표현에 따르면 이 영화는 `호러 판타지'다.

 임 감독은 “순수한 존재가 상처를 받고 동심이 훼손됐을 때 일어날 수 있는 공포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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