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영아 평택시의원(한나라당)

 다사다난했던 2007년이 저물고 희망찬 새해 새날이 밝았다.

 지난 한 해를 보내면서 연말 정국을 달구었던 대선만큼이나 국민들의 가슴에는 하고픈 이야기들이 많을 것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경기침체와 사사건건 따지면서 논쟁과 설교 훈계로 일관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리더십에 국민들은 지쳤다.

 달포 전 발생한 서해안 기름유출사건은 노무현정부의 안이함과 국정운영 능력 부재의 결정판이다.

 이미 10여 년 전 여수앞바다 씨프린스호 침몰사건을 겪고 난 후 기름유출에 따른 방재대책 매뉴얼을 만들었지만 현실에서는 전혀 쓸모가 없었다.

 이 같은 무대책과 안이함 그리고 현실인식의 부족이 어디 기름유출뿐이랴.
 1년 전 우리는 전대미문의 부동산 가격폭등을 겪었다. 아마추어 정권이 국정을 실험의 도구로 삼은 부산물이다.

 전 국민이 다 알고 있는 도박공화국의 현실을 정책담당자만 모르고 있었다는 대목에서는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처음엔 단순히 학력위조 사건인줄만 알았던 신정아·변양균 사건에서 우리는 이 정권의 도덕불감증의 수위가 어느 정도인가 느낄 수 있었다.

 어쩌다 우리나라가 이 지경이 되었을까?
 국민의 절대다수가 정권교체에 한 표를 행사한 것은 어찌 보면 너무도 당연한 사필귀정이다.

 이번 대선에서 진보와 보수의 논의는 사라졌다. 민주화 투쟁의 선명성과 색깔론도 국민의 관심 밖이었다. 국민들은 안정과 경기회복을 원한다.

 그리고 이 나라를 이만큼이나 이끌어 온 것은 온전히 국민의 힘이었고 저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얼마 전 서해안 기름유출현장을 다녀왔다. 거기서 내가 본 것은 누가 오라고 한 것도 아닌데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끝없이 이어지는 자원봉사자들의 행렬이었다. 기름제거 현장에서 주저앉아 열심히 기름을 닦는 자원봉사자들은 일행과 대화를 하는 사람도 없었다. 담배를 피거나 서성대는 사람도 없었다. 한 번 앉은 자리에서 하루 종일 말없이 구슬땀을 흘리며 기름을 닦아 내고 있었다. 이날 현장을 찾은 한 외국인은 “한국인은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놀라운 민족”이라고 말했다.

 IMF 외환위기 당시 온 국민이 ‘금모으기’운동을 통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저력이 떠올랐다. 2년도 안 돼 외채를 모두 갚은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2002년 월드컵당시 1천만 명이 넘는 국민이 거리로 몰려나와 온 국토를 함성으로 가득 채웠던 일은 3·1만세운동을 연상케 한다. 세계 역사상 최단 시일인 불과 30년 만에 민주화를 이뤄냈던 국민 아닌가. 벽안의 외국인의 눈에 한국인들의 모습이 경외스럽게 보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리라.
 우리 민족은 민족상잔의 전쟁의 상흔을 극복하고 20세기 후반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나라로 평가받으며 교역량 기준 세계 11위의 무역대국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이번 대선에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통해 지역주의와 색깔론마저 극복했다. 여권에서 후보자간 단일화를 통해 전세역전을 시도했지만 끝내 성사되지 못했다. 그것은 후보 간, 정당 간 이념과 가치관이 달라서가 아니다. 국민이 이 같은 얄팍한 정치적 덧셈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한 해가 저물고 새날이 밝았다. 새로운 정부는 빈부격차 해소와 국민통합 그리고 미래에 대한 비전이 담긴 정책의 구현을 통해 국민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 연고와 정실이 판치는 한국적 망국병을 치유하고 국민의 아픔을 가슴으로 부여안고 국민 앞에 엎드려 국민에게 배우는 자세로 봉사하는 정부가 탄생해야 한다. 사법정의의 실현과 재벌의 분식회계 그리고 편법상속도 종식시켜야 한다. 밝아온 2008년 무자년 새해가 새 희망의 원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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