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천복 경기도의회 규제개혁특위위원장(한나라당·오산)

 정확히 1년 전 우리는 이천 하이닉스 공장증설 불허와 관련해 온 도민이 정부의 수도권 규제의 칼바람에 거리로 내몰렸다. 경기도의회 규제개혁특위 위원장인 나는 동료의원들과 함께 한겨울 거리로 뛰쳐나가 ‘천만도민 서명운동’을 전개했었다. 그로부터 1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그때나 지금이나 정부의 방침은 한 치도 달라진 것이 없고 국가경쟁력제고를 위한 수도권규제개선은 공허한 외침에 그치고 있다.

 새롭게 출범하는 가칭 ‘이명박 정부’는 수도권규제개선을 경제살리기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겠다고 밝히고 있다. 성공한 대기업 CEO 출신의 새로운 대통령의 취임을 앞두고 도민의 기대치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고 하겠다.

 2004년 1월 16일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는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 그리고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3대 특별법을 제정한 바 있다. 오늘날 분권화의 흐름은 시대적 대세로 자리를 잡았고 지역 간 균형발전에 대한 요구는 한국사회의 선결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3대 특별법의 입법화 과정에서 많은 논란이 제기됐고 그런 논란은 법률이 제정된 이후에도 아직 계속되고 있다. 분권화라는 대세에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지만 어떤 식으로 분권화를 이루어낼 것인지, 또 지역 간 불균형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등 각론에 대해서는 여전히 합의를 도출해내지 못한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의 복잡성과 다양한 이해관계의 충돌로 인해 분권 분산 정책의 구체적 방향에 대해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또 구체적 방향에 대한 합의 없이 분권 분산 정책을 실효성 있게 추진해나가기는 힘들다. 이를 위해서는 수도권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하는 문제가 선결돼야 한다.

 수도권은 국내 다른 지역보다 앞서 혁신을 창출하고 발전의 성과를 다른 지역에 분배하거나 다른 지역의 성장을 견인하는 역할을 요구받고 있는 지역이다. 즉, 수도권은 다른 나라의 대도시권과 경쟁해야 할 경제단위로서 국제 경쟁력의 확보가 필요한 지역으로 수도권을 국내 지역과의 관계가 아니라 세계의 대도시권과의 관계로서 봐야 하는 것이다. 특히, 현행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제18조, 제19조 등에 따르면, '지방'은 '수도권이 아닌 지역'으로 정의되고 있다. 즉, 노무현 정부를 비롯한 역대 정부는 수도권을 지방이 아닌 중앙으로 치부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동반 발전보다는 2분법적 구분을 통해 수도권에 대한 규제를 강화함으로써 전 인구의 절반이 몰려있는 수도권과 지방의 갈등을 양산하는 우를 범 해왔다.

 이 때문에 역대 정권에 의해 수도권 집중억제 정책이 꾸준히 추진돼 왔음에도 대부분 실패로 귀결됐음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수도권정비계획법을 근간으로 한 수도권정비계획이 1984년부터 수립되면서 수도권 내 공공기관·대기업 본사·대형공장·대학 등에 대한 일방적 규제와 인위적인 시설이전 정책들이 시행됐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들은 지방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추어지지 않은 채 이루어져 이전된 기능이 지방에 정착할 수 없었다. 이뿐만 아니라 세 차례의 국토개발정책을 수립·추진해오면서 사회간접자본의 확충과 수도권 억제 및 지방 육성 등에 초점을 맞추어 왔지만 실제 제3차 국토개발계획의 투자실적은 수도권에 집중됐고 지방투자계획의 추진율은 27.5%에 그치고 있다.

 이처럼 조세감면 일변도의 단편적 지원체제 및 지원방식과 결합된 수도권 억제정책은 지방이전을 가속화시키기 위해서는 인프라, 금융, 인허가, 인력 등을 망라하는 종합적인 지원제도가 동반돼야 했으나 그렇지 못했다. 특히 중앙정부의 지원은 매칭펀드(matching fund)적인 성격이 강해 경제력이 어려운 지역이나 사업은 지원의 실질적 효과를 거두기 힘들었다고 볼 수 있다.

 수도권은 국가발전에 있어 극복의 대상이 아니며 국가발전의 중심축이 되어야 한다. 만들어진 지 30년도 더 된 낡은 규제의 틀을 깨지 않고는 경제회복은 요원할 것이다. 경제발전이라는 국민적 염원 속에 탄생한 이명박정부에서는 수도권의 발전을 통한 상생의 경기회복정책이 입안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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