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은 “지위는 너무 올라가지 않는 것이 좋다. 끝까지 올라가면 함정이 기다리고 있다. 재능은 너무 많이 발휘하지 않는 것이 좋다. 너무 많이 내보이면 오래가지 못한다. 훌륭한 행동도 적당히 하는 것이 좋다. 너무 지나치면 오히려 비난을 받게 된다”고 말한다.

또 공자는 `자나친 것은 못 미치는 것과 같다'고 했다. 이런 과부족이 없는 균형잡힌 상태가 `중용'이다. 또 중용의 미덕에 대해 채근담은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세심한 배려를 하고 무슨 일에나 마음을 쓰는 인물이 있는가 하면 자신도 타인도 돌보지 않고 무슨 일에나 담백한 태도를 취하는 인물이 있다. 너무 마음써도 안되고 너무 덤덤해도 좋지 않다. 훌륭한 인물은 균형잡힌 태도로 일관해야 한다. 이상은 높게 갖되 어디까지나 현실에 입각해야 한다. 사고는 주도면밀해야 하되 작은 것에 사로잡혀서는 안된다. 절조는 엄격히 지켜야 하지만 비뚤어져서는 안된다.” 한마디로 지나치지도 못미치도 않는 중용지도야 말로 인생을 살아가는 강인한 지혜라는 의미다. 인생의 즐거움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다. `즐거움은 도를 지나치지 말아야 한다.' `빠져들면 안된다'는 것이다. 친구들을 모아 잡부를 옆에 끼고 마시고 노래하며 시끌벅적하게 즐기다 과음으로 밤이 깊어 등불도 꺼지고 향도 사라지고 차도 식어버렸을 때 울어젖히고 들부수는 추태야말로 음울한 분위기를 돋울 뿐이다. 어째서 적당히 그만두지 못할까? 꽃을 보려면 반쯤 핀 꽃, 술을 마시면 적당히 거나한 기분. 나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물러설 것을 생각해야 하고 무엇을 착수할 때에는 우선 손을 뗄 때를 생각해야 하는 것은 삶의 지혜다. 나라 살림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최근 발표된 정부의 주택정책에 백성들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헷갈린다. 건설경기를 부양한답시고 99년 분양권 전매 전면 허용, 다음해엔 재당첨 제한도 폐지하더니 2년만에 이 조치들을 모조리 뒤집었다. 시류에 끌려다니는 무책임한 정책이 한심스럽다.
(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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