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즈'로 여성의 심리를 세밀하게 표현해 호평을 받은 권칠인 감독의 후속작 `뜨거운 것이 좋아'가 관객들의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뜨거운 것이 좋아'는 강모림의 `만화 10, 20 그리고 30'을 바탕으로 사랑과 우정 사이에 혼란을 겪는 여고생과 일도 사랑도 맘처럼 되지 않은 20대, 갑작스럽게 찾아온 폐경기에 당황하는 40대 여성의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 속 화자인 아미(김민희)는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으로 모아놓은 돈도 없고 취직을 할 만한 능력도 없는 데다 남자친구마저 바람이 난다. 아미가 사는 집은 언니 영미(이미숙)의 집인데 영미는 사춘기를 맞이한 딸 강애(안소희)를 키우며 사는 중년의 싱글맘이다.

 재력을 갖춘 영미에게 사랑은 머나먼 남쪽나라 이야기일 뿐. 그런 영미에게 어느날 여성에게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폐경 진단이 내려진다. 반면 강애는 자신의 남자친구에게서 키스를 받아낼 궁리에 빠져 있는, 막 사랑에 눈뜬 풋내기다.

 영화가 풀어내는 세대별 에피소드는 실상 평범하기 그지없다. 주인공들은 항상 뜨거운 무엇인가를 원하지만, 결국 현실은 뜨겁지 않다는 것을 반복 확인할 뿐이다.

 `가급적 사사롭고 일상적인 얘기로 풀어내려고 노력했다'는 감독의 말처럼 영화 속에는 `일상성'이 그득하지만 오히려 이러한 특징들은 여성관객들의 `공감대'를 이끌 수 있는 장점으로 작용한다.

 사랑하지만 가난한 뮤지션 애인 원석(김흥수)과 소개팅에서 만난 부유한 회계사 승원(김성수) 사이에서 고민하는 아미의 모습과 사랑과 일 사이에서 갈등하는 영미의 모습은 현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모습들이니까.
 하지만 자못 신선하게 보이고 싶었을 제작진의 의도와는 달리 다소 식상한 느낌을 지울 수는 없다. 담배를 입에 달고 살고, 섹스를 즐기고, 자아실현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여성형은 이미 1990년대 이후 홍수를 이루고 있는 페미니즘 영화를 통해 익숙해진 하나의 전형이기 때문이다.

 다만, 들쑥날쑥한 아미의 감정 변화를 소화하며 20대 여성의 심리를 무리 없이 표현한 김민희를 보는 재미는 쏠쏠하다. 김민희는 술주정과 흡연의 금단현상 등 만만치 않은 연기를 소화해내며 빛을 발했다. 또 베테랑 이미숙의 카리스마와 섹시함은 여전하고, 안소희는 풋풋한 사춘기 여고생의 심리를 자연스레 녹여냈다.

 17일 개봉.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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