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칩이 지나고 날씨는 서서히 풀리고 있지만 꽁꽁 얼어붙은 소비심리는 좀처럼 풀릴 줄 모르고 있어 걱정이다. 지난해말로 주택담보 대출이 급증하면서 가계의 금융빚이 사상 처음으로 400조원을 돌파했고 한 가구당 평균 빚도 3천만원에 육박하고 있다고 한다. 신용불량자가 260만명에 이르는 등 나라 안팎에는 연일 경제악재들이 쏟아지면서 소비자들의 지갑이 열리지 않고 있다. 음식점·옷가게 같은 내수업종들은 극심한 매출감소에 시달리고 있다.

거리에 나가보면 IMF경제위기 때보다 더 장사가 안된다고 상인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어디 이뿐인가. 제조업체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도 2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락했다고 한다. 음식점, 부동산중개업, 도·소매업 등 서민경기의 불황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경제연구소들도 경기가 당초 예상보다 더 빨리 나빠지고 있다며 정부에 경기 급랭을 막기 위한 신축적인 경제정책을 촉구하고 있으니 알만하다.

더구나 국내 최고의 상권으로 손꼽히는 신도시 분당도 예외없이 소비침체의 한파로 점포마다 매출이 20~30%이상 줄어드는 독감을 앓고 있다고 한다. 100여개의 음식점이 들어찬 성남시 분당의 효자촌 먹자거리도 마찬가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골목으로 밀려들어 오는 승용차들 때문에 주차난을 겪었지만 지금은 주차난 걱정은 옛말이 됐다고 하니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우리를 더욱 답답하게 하는 것은 최근 통계청이 밝힌 1월중 서비스업의 생산활동이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3.7% 늘어나는데 그쳤다는 점이다. 이같은 증가율은 지난 2001년 7월이후 18개월만에 가장 낮았다고 한다. 업종별로 보면 도·소매업은 설이 있었는데도 3% 증가에 그쳤고 식료품과 담배판매는 0.9%가 증가했고 비식용상품 일반소매는 오히려 3.1%나 감소했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부동산중개업이 28.3%, 금융 및 보험관련 서비스업도 32.6%나 감소됐다고 한다.

하긴 김진표 부총리겸 재경부장관과 민간연구기관장들이 최근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도 경기상황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있어 경기를 연착륙시킬 수 있는 조치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고 하니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거듭 말하지만 IMF 때보다 체감경기가 더 나쁘다는 비명이 도처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더 늦기전에 새 정부의 경제회복정책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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