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수가 복수를 위해 장도리를 들었다면 스위니 토드는 번쩍이는 면도칼을 쥐었다.

 할리우드 환상의 콤비 팀 버튼과 조니 뎁의 합작품, `스위니 토드 : 어느 잔혹한 이발사의 이야기'가 17일 개봉했다. 복수에 대한 잔혹한 상상은 팀 버튼의 동화적 기괴함과 조니 뎁의 냉혹한 슬픔연기가 만나 마니아들을 사로잡는다.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 런던. 벤자민 파커(조니 뎁)는 사랑하는 아내 루시와 딸 조안나와 함께 행복한 가정을 꾸려 나가는 평범한 이발사이다.

 어느 날, 자신의 아내를 탐하는 사악한 터핀 판사에 의해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된 벤자민은 오스트레일리아의 유형지로 보내지고, 이들의 행복은 산산조각이 난다. 15년의 시간이 흐른 뒤, 아내와 딸을 찾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온 벤자민은 스위니 토드란 이름으로 이발소를 열고 자신의 가족을 파멸시킨 판사와 사회에 잔인한 복수를 계획한다.

 이때부터 스위니 토드의 이발소에 이발하러 간 수많은 신사들이 실종되는 한편, 이발소 아래층에 사는 러빗 부인(헬레나 본햄 카터)의 고기 파이 가게는 갑자기 맛있어진 파이 때문에 손님이 급증한다.

 `스위니 토드'는 스티븐 손드하임 연출의 동명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대형 스크린판이다. 팀 버튼 감독은 자신의 엉뚱한 상상력과 개성을 발휘하는 데 부족함이 없는 소재와 형식을 빌려 복수극을 완성했다.

 때문에 날카로운 면도칼 하나로 가차 없이 목을 베는 스위니 토드의 모습은 복수극을 다룬 여느 영화들처럼 잔인하고 사실적인 반면, 아름다운 선율과 구구절한 가사는 마치 슬픈 동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영화는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슬픔과 어릴 적 모습만 기억하는 사랑하는 딸을 지켜주고자 하는 아버지의 마음 등 애틋한 사랑을 표현, 살인극이라는 소재에 거부감을 가질 만한 관객들도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지녔다.

 어느 하나 밝고 즐거운 구석이 없지만 시종일관 관객들을 잔혹한 동화 같은 환상에 빠지게 하는 것이 바로 뮤지컬 영화 `스위니 토드'의 매력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