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12일 `대북송금' 진상 규명을 위한 특검법 처리 방향과 관련, “자금 조성과 관련된 문제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김대중 대통령을 가까이 모셨던 사람까지 포함해 가감없이 철저히 밝히되 (북한과의) 외교적 신뢰를 고려해 송금 부분은 여야가 협의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낮 청와대에서 박희태 대표권한대행 등 한나라당 지도부와 오찬회동을 가진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청와대 송경희 대변인이 발표했다.

노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을 모셨던 참모들까지' 조사 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다는 입장을 공식 천명함으로써 특검법 처리를 위한 여야간 후속 협상 과정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박 대행은 “대통령의 걱정을 잘 알고 있다”면서 “다만 아무리 특검이라도 북한을 조사할 수 없는 만큼 수사범위는 자연스럽게 제한될 수 밖에 없다”고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따라 노 대통령은 원만한 국정운영을 위한 대야 관계와 정치적 부담 등을 고려, 특검 거부권을 강행하기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민주당측에 전달하고 여야 협상을 주문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도 13일 오전 박 대행 주재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 특검법 재협상을 포함한 다각적인 협상 대책을 논의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유인태 정무수석은 “한나라당은 특검법 선 공포, 후 수정안 협상, 민주당은 선 수정안 마련, 후 거부권 행사 검토 입장인 것 같다”며 “민주당이 특검을 하자는 쪽으로 당론을 모은 만큼 잘 될 것이며, 거부권 행사 시한 하루전인 14일까지 여야간 조율을 기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노 대통령은 국정원 보고에 대해 “북핵과 경제, 외교, 안보 등 정책보고만 받고 일체의 정치보고는 받지 않고 있으며, 주례보고는 지금까지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며 “국정원은 앞으로 정치와 담을 쌓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노 대통령은 “검찰과도 부당한 내부 거래없이 공정거래하겠다”고 검찰의 독립과 중립성 확보에 최대 역점을 둘 것임을 분명히 했다.

노 대통령은 `금감원과 검찰, 공정위의 조사계획이 경제 불안요인이 된다. 최근의 경제난을 순환적으로 보지 말고 구조적인 측면에서 살펴달라'는 박 대행의 건의에 대해 “경제가 위축되지 않도록 하겠으며 기획이나 표적수사 의도는 전혀 없다”면서 “관련학자들의 의견을 들어 경제를 잘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박 대행은 한나라당 대구출신 의원들이 연명한 지하철 참사 관련 건의서를 전달하고 “북핵에 대한 국민 관심이 크다. 야당이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얘기해달라”고 말했다.

송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노 대통령은 `4월 국회에 직접 참석해 국정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는 박 대행의 요청을 받고 흔쾌히 승낙했다”고 밝혔다.

회담에는 청와대측에서 문희상 비서실장과 유인태 정무수석 등이, 한나라당에서 박 대행 외에 김영일 사무총장과 이규택 원내총무, 이상배 정책위의장, 박종희 대변인, 김용학 대표비서실장이 각각 배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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