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 주노(Juno)

  예민한 사춘기 감성이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느껴지는 성장영화 한 편. 미성년의 임신이라는 무거운 소재임에도 불구, 따뜻함과 담백함을 무기로 한국의 스크린을 찾은 미국영화 `주노'가 오는 21일 개봉한다.

 캐나다 출신의 제이슨 레이트먼이 연출을 맡은 `주노'는 신선한 연출, 10대들의 톡톡 튀는 언어와 유머를 매끄럽게 표현한 디아블로 코디의 시나리오가 완벽한 조합을 이루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현재 미국에서 흥행열풍을 이어가고 있는 화제작이다
 교내 밴드에서 기타를 치고, 슬래셔 무비와 하드코어 록을 좋아하는 독특한 소녀 `주노'(엘렌 페이지)는 첫 성경험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뒤 친한 친구 `블리커'(마이클 세라)를 그 상대로 정한다. 거실 의자 위에서 거사를 치른 2달 후, `주노'는 아기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뱃속의 아기도 심장이 뛰고, 손톱까지 있다는 말에 `주노'는 차마 수술을 하지 못하고 단짝 친구 `레아'(올리비아 썰비)의 조언에 따라 벼룩신문에서 아이를 소중히 키워줄 불임부부를 찾기 시작한다.

 신문 광고 속 사진 만큼이나 근사한 집과 출중한 외모, 직업을 가진 `바네사'(제니퍼 가너)와 `마크'(제이슨 베이트먼)부부. 환상적인 부모라고 확신한 `주노'는 이들에게 아기를 주기로 104% 결심한다. 당장이라도 아기를 안겨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일단 몇 개월 동안 `주노'의 뱃속에서 무럭무럭 아이가 자라기를 기다리는 세 사람.
 `주노'의 볼록한 배가 남산만해 질 무렵, 블리커가 같은 반 여자애랑 댄스파티에 간다는 소식에 격분할 틈도 없이, 꼼꼼하고 여성스러운 `바네사'와 쿨하고 자유스러운 `마크'의 사이가 심상치 않음을 알게 된다.

 영화는 시종일관 경쾌한 톤으로 소재의 무거움을 덜어버린다. 특히 유난히 맑고 발랄한 주노는 아기를 포기하는 것이 당연한 상황에서도 자신과 아기 모두를 지켜내는 결말을 선사, 관객에게 더없이 행복한 순간을 맛보게 한다.

 기쁠 때는 기쁨 그 자체로, 슬플 때는 슬픔 그 자체로 인생의 순간순간을 받아들이는 주인공 주노의 사고방식은 영화 `주노'가 지닌 매력의 절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안아주고 싶을 정도로 사랑스러운 주인공 캐릭터는 소재에 함몰되지 않은 연출의 건강함을 만나 기존의 진부한 성장영화에서 탈피했다.

 다만, 문제적 소재에 대한 참신하고 진정성 넘치는 접근에도 불구하고 `주노'가 상업영화로서 크게 재미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것과 바네사, 마크 부부의 갈등과 주노와 블리커의 좌충우돌 사랑담이 세밀하게 표현되지 못한 부분은 아쉽다.

 성숙한 몸 만큼 성숙한 정신을 필요로 하는 요즘 아이들과 10대 아이를 둔 부모들에게 추천한다.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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