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룡이는 바보다. 누가 성을 내도, 나무라도, 놀려대도 항상 웃는 바보. 승룡이의 순수한 삶과 사랑을 담은 동화 같은 이야기, ‘바보’가 오는 28일 관객을 찾는다.
영화 ‘바보’의 원작은 지난 2004년 11월부터 2005년 4월까지 한 포털사이트에 연재되며 수백만의 네티즌을 울린 화제작.
만화 속 승룡이를 스크린으로 끌어낸 김정권 감독은 전작 ‘동감’에서 보여줬던 감각적인 연출력을 무기로 꾸밈없이 담백한 이야기를 완성했다.
영화는 동네에서 아이들에게 ‘바보’라고 놀림 받는 남자와 그를 아끼는 여자, 그 주변 인물들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사랑과 우정에 관한 줄거리를 그대로 살려 사람의 순수한 마음이 줄 수 있는 따뜻한 감동을 표현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혼자 토스트 가게를 하는 승룡(차태현)이는 어린 시절 예상치 못한 사고 때문에 다른 이들과는 조금 다르다. 사람들은 그를 ‘바보’로 부르지만 승룡이는 하나밖에 없는 동생 지인(박하선)을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한편 10년 전 유학을 떠난 지호(하지원)를 잊지 못하는 순둥이다.
매일 저녁이 되면 동네가 한눈에 보이는 토성에 올라 ‘작은 별’ 노래를 부르는 것이 승룡이의 유일한 취미. 그토록 기다리던 짝사랑 지호가 동네로 다시 돌아오던 날, 승룡이는 가슴이 벅찰 만큼 기쁘다.
처음엔 기억을 하지 못하던 지호도 살며시 살아나는 추억과 함께 자신의 곁을 맴도는 승룡이의 따뜻함에 젖어들고 승룡이 또한 지호를 매일 보게 된 탓에 생애 최고의 행복함을 느낀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승룡이는 돌아가신 부모님이 자신에게 맡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동생 지인이가 아프다는 것을 알게 된다.
원작에 너무 충실했다는 일각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바보’는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지녔다.
감독은 관객이 눈물이 아닌 가슴으로 ‘바보’를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 영화적인 각색을 거의 가하지 않았으며, 여기에 배우 차태현은 순수하지만 뜨겁고, 슬프지만 맑은 눈을 가진 승룡이를 완벽하게 연기해냈다. 조연을 맡은 박희순, 이기영, 박그리나의 열연도 영화에 윤기를 보탠다.
겉으로 드러나는 이야기는 단선적이지만 기둥줄거리를 한꺼풀씩 벗겨내면서 흥미로운 요소들을 드러내는 점은 이 영화가 가진 장점이다. 만화 ‘바보’를 눈물 흘리며 봤던 모든 이들에게 추천한다.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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