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칸 영화제 개막작, 왕자웨이 감독의 첫 번째 영어영화라는 사실만으로도 화제를 모은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My Blueberry Nights)’가 6일 개봉했다.
연인과의 이별에 대한 사연을 사건이 아닌 캐릭터의 감정으로 진행하고, 내레이션으로 주인공의 감정을 드러내며 이를 감각적인 영상으로 구현한다는 점에서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는 영락없는 왕자웨이표 영화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이 아닌 지역의 이동에 따라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점은 새롭게 느껴진다.
연인과 아픈 이별을 한 엘리자베스(노라 존스)는 헤어진 연인이 종종 찾던 한 카페에 들러 주인 제레미(주드 로)에게 열쇠를 맡긴다. 제레미는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블루베리 파이를 엘리자베스에게 내놓고, 그녀는 파이를 맛있게 먹는다.

바람난 남자친구로 인해 상실감을 느낀 엘리자베스는 자신의 삶을 찾기 위한 긴 여정을 떠난다. 여행 중 그는 옛 아내와의 인연을 끊지 못하는 경찰 어니(데이비드 스트라탄)의 자살을 목격하고, 그 사랑에서 벗어나려는 아내(레이철 와이즈)를 만나 사랑의 의미에 대해 고민한다. 또다시 떠난 길에서 그는 카지노 도박에 빠진 레슬리(나탈리 포트만)를 만난다. 아버지의 사랑에 반항으로 맞서던 레슬리는 뒤늦게 큰 사랑을 깨닫는다.

1년여간 긴 여행을 떠났던 엘리자베스는 세상의 여러 가지 사랑을 경험하고 이별의 고통을 치유한다. 엘리자베스가 여행지에서 보내는 편지를 기다리는 제레미는 자신이 몇 번 만나지 않았던 엘리자베스를 사랑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그는 블루베리 파이를 만들어놓고 기약 없이 엘리자베스를 기다린다.

   
 
시종 비슷한 톤을 유지하는 까닭에 그리 길지 않은 상영 시간이 때론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출연 배우들은 인상적이다. 진한 쌍꺼풀과 긴 속눈썹이 매력적인 로맨틱 가이 주드 로, 그래미상을 휩쓴 재즈 뮤지션으로 연기에 첫 도전한 노라 존스, 신비로운 배우 나탈리 포트만까지 감독의 영상 속에 빛난다.
특히 나탈리 포트만은 외적인 변신과 함께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미처 말하지 못한 채 그를 떠나보내는 아픈 연기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며 실력파 배우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칸 영화제 공개 당시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의 평가는 사실 혹평에 가까웠다. “중경삼림, 타락천사, 화양연화를 패러디한 미국 감독의 영화처럼 보인다”는 노골적인 악평까지 나왔을 정도. 이후 왕가위 감독은 “극중 제레미의 내레이션 의도가 뻔히 보인다”는 이유로 내레이션 대본을 다시 구성했고, 111분의 이야기를 94분으로 줄여 현재의 버전을 완성했다.
연인과의 아픈 이별, 그리고 새롭게 시작되는 사랑을 소재로 하는 만큼 사랑을 하고 있거나 사랑에 아파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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