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뒤숭숭하다.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으로 시장논리에 휘말리면서 진리의 전당이 몸살을 앓고 있다. 더구나 학생수가 줄어들면서 정원을 채우지 못한 대학들도 나타나고 있으니 예삿일이 아니다. 그야말로 벼랑끝에 서게된 대학들이다. 인천대학교도 정원에 미달될 걱정은 없다지만 경쟁력을 높이려고 밤낮이 없이 뛰고 있다. 중국학의 본산이 되겠다고 선언했으며, 인천시민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한층 강화했다. 시립화 10년 동안 인천시의 아낌없는 지원으로 이만큼 성장했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 특히 시립대학으로서 인천시와 갈등이라도 생기는 날에는 난감하기 이를 데 없다.
 
일전에 언론에도 보도되었듯이 교직원들의 인사문제로 약간의 긴장이 있었다. 대학에서 보면 비록 직속기관이라고는 하지만 특수한 사정이 배려되었으면 하는 바람이고, 방대한 조직을 꾸려 가는 인천시는 예외를 두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사소한 문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만만치가 않다. 인천시는 재정지원을 하는 만큼 개입하겠다는 것이고, 대학은 다른 산하기관들과 명백한 차이가 있는데 똑같이 취급한다고 불만이다. 시립대학이기에 재정지원은 받지만 운영만큼은 자율에 맡겨달라는 뜻이다. 이러한 문제는 이미 시립화 당시에도 제기되었지만 제대로 다룰 여유는 없었다.
 
하기는 일년에 200억원이 넘는 엄청난 예산을 투자하는 인천시로서 지원은 하되 간섭은 말아달라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상대적으로 재정규모도 크지 않은데 시민의 `혈세'를 떼어서 지원하는 것이니 시민들을 대신하여 운영에 참여하는 것은 당연하게 보인다. 대학운영조례도 인천시장의 지휘감독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기는 일부대학의 예지만 `철밥통'을 쥔 교수들이 좋은 교육을 위해서 노력하기보다는 개인적인 이해 때문에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도 종종 있기는 하다. 건강한 대학으로 발전하려면 전적으로 자율에만 맡기기에는 불안한 구석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학은 스스로 자정능력이 있는 기관이다. 그저 단순한 강의가 반복되는 것처럼 보여도 학문에 대한 치열한 문제의식과 탐구정신은 가득하다. 학문은 자체로 창조적인 작업이기 때문에 경직된 개입이나 시시콜콜한 간섭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대학은 무엇보다도 자율성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인천사회에 커다란 빚을 진 시립대학의 교수들이 지역문제에 소홀하다는 비판도 많지만, 진리를 탐구하는 연구실의 불빛은 꺼지지 않고 있다. 오래 전부터 시립대학에는 인천거주학생들이 전체의 절반을 넘어서고 있다. 인천시민들이 시립대학에 기대를 가지고 있다는 살아있는 증거이다.
 
그런데 인천시가 단순한 조직논리에 휘말려 대학의 전문성을 헤아려주지 않는다면 `동북아의 중심대학'은 멀어질 수도 있다. 물론 재정지원을 받는 대학이 자율성을 달라면 괘씸하게 생각될지도 모르지만 대학이 대학다워지려는 노력으로 보아야 한다. 인천시의 결단으로 송도캠퍼스를 꿈꾸는 지금, 대학운영도 자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인천시의 과감한 조치를 기대한다. 지성공동체인 대학이 스스로를 `하수도사업본부'라고 폄하하는 상황은 슬픈 일이다. 교육부의 정책방향도 인사와 재정을 포함해서 대학의 자율성을 확대하려는 추세이다. 인천대학의 `제2의 시립화'는 바로 자율적 운영에서 시작될 수 있다.

인천대 이갑영 교수(본보 객원논설위원)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